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캐나다 총리 딸·벨기에 왕세녀, 하버드대–트럼프 갈등 휘말려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캐나다 총리 딸·벨기에 왕세녀, 하버드대–트럼프 갈등 휘말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하버드대/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하버드대/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하고 나서면서 이 문제가 법정으로 비화한 가운데 캐나다 총리의 딸과 벨기에 왕세녀가 유학생 자격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3일(이하 현지시각) NBC뉴스, 로이터통신,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미국 국토안보부가 외국인 유학생 명단 제출을 요구하며 등록 자격을 취소하자 이에 반발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버드대는 트럼프 정부의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다"며 약 7000명의 유학생에게 "즉각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임시 금지 명령을 내려 하버드의 등록 자격 박탈 조치를 일시 중단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 조치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하버드대는 앞으로 2년간 외국인 유학생을 신규로 받을 수 없고 기존 유학생들도 미국 내 다른 대학으로 전학해야 비자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번 갈등은 지난달 16일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이 하버드에 학생 명단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해당 명단은 반이스라엘 시위와 관련한 법적 책임 추궁 및 추방 조치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여파는 세계 고위 인사 자녀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의 딸 클레오 카니가 있다. 클레오는 하버드대 자원효율학 학부 과정 1학년을 마친 상태로 현재 비자 문제로 인해 미국에 남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버드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이 대학에는 총 686명의 캐나다 유학생이 등록돼 있었다.

벨기에 왕위 계승자이자 브라반트 공작인 엘리자베트 공주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 석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2년 과정 중 첫 해를 마쳤다. 현재는 벨기에에 체류 중으로 귀국 여부는 미정이다. 벨기에 왕궁 대변인 자비에 바에르트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이 공주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하버드대 측은 "정부는 단 한 번의 서명으로 하버드 전체 학생의 4분의 1을 사실상 지운 셈"이라며 "국제 학생들은 대학의 사명에 크게 기여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구성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부의 조치는 불법이며 정당하지 않다”며 “수천 명의 유학생과 학자의 미래를 위협하고 미국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온 이들에게 경고장을 보내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