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까지 8척 자가 운용, 운송비 40% 절감…'규모의 경제'로 세계 시장 공략
테슬라 유럽·호주 판매 급감 속 BYD 등 중국차 공세 거세…전문가 "기존 강자에 큰 위협"
테슬라 유럽·호주 판매 급감 속 BYD 등 중국차 공세 거세…전문가 "기존 강자에 큰 위협"

◇ BYD, 자체 운반선으로 '해상 실크로드' 구축…물류비 절감 승부수
이 운반선들은 대부분 한 번에 9200대의 차량을 실어 나를 수 있으며, 길이가 약 220m에 이르러 동종 선박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대표적인 예로 'BYD 선전호'는 길이 219.9m, 16개 데크 구조로 9200대 적재가 가능하며, LNG 혼합 연료 방식과 혼합형 전지 같은 최신 친환경 기술도 갖췄다.
BYD는 2024년부터 2025년까지 'BYD 창사호', 'BYD 시안호' 등 새로운 배를 포함해, 2026년까지 총 8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확보하여 해마다 100만 대 이상 차량 수출이 가능한 해상 운송망을 갖출 계획이다. 이들 선박 중 일부는 이미 운항을 시작해, 지난 4월 말에는 한 척이 브라질로 첫 항해를 성공리에 마쳤다.
뉴스레터 '더 배터리 크로니클'의 크리스토퍼 치코 분석가는 "BYD의 해상 운송 능력 확장은 중국의 전기차 우위 경쟁에서 최신 격전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BYD의 롤온/롤오프(ro-ro) 선단 확장을 짚으며 "중국 전기차 산업이 세계 확장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물류 지연 해결을 넘어, 사회 기반 시설을 확보하고 비용을 줄이며, 외부 문제점에서 세계 사업을 보호하려는 넓은 전략의 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국제 자동차 운반선 임대료는 하루 15만 달러(약 2억607만 원), 차량 한 대의 해상 운송비는 1400달러(약 192만3320원)에 이르렀지만, BYD는 자체 선박 운영으로 이 비용을 한 대에 800~1000달러(약 109만9200~137만4000원) 수준으로 30~40% 줄여, 해마다 약 14억 달러(약 1조9236억 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체 선박 운영을 통한 이 같은 비용 절감은 BYD의 해외 가격 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자체 해상 물류망을 갖추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일본과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 역시 자체 자동차 운반선을 이용해 전 세계로 차량을 수출해왔다. 그러나 중국 제조사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이 방식을 확장하며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움직임에 실망한 고객들을 끌어들여, 테슬라보다 싼값의 대안으로 해외 시장을 파고드는 모습이다.
한편, 브라질에서는 현지 BYD 건설 현장의 '노예 노동' 조건을 두고 소송이 일어나기도 했다.
◇ 전문가들 "중국 전기차, 이미 다른 차원"…일본·기존 강자 '긴장'
최근 상하이 국제 자동차 전시회를 다녀온 폴 마릭 자동차 전문가는 중국 전기차 제조업이 빠르게 떠오르는 모습을 생생히 전했다. 이 전시회에서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새로운 기술을 많이 선보였다. 그는 야후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 그대로 충격이다. 중국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라고 강조했다. "호주에서 중국 차들이 곧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머지않아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마릭 자동차 전문가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확장이 결국 소비자들에게는 더 싼값의 자동차를 의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YD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4년 한 해 동안 해외 시장에 41만7200대의 차량을 판매했으며, 2025년 1분기에도 2만5000대 이상을 수출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한 달간 해외 시장에 판매한 승용차는 8만864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3%나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해마다 해외 판매량 100만 대 달성도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주 분석가들의 관측이다. 이러한 BYD의 급격한 성장은 기존 고가 정책을 유지해 온 자동차 회사들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BYD의 공격적인 해상 물류 투자와 함께 현지 생산기지를 늘리는 전략은 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을 바꿀 주요한 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폴 마릭 자동차 전문가는 특히 일본 제조사들의 어려움을 짚으며 "그들이 현실을 보지 않으려 하는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토요타 RAV4 같은 차량 값을 중국산 자동차 어떤 것과 비교해 봐도, 지금의 값을 계속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 테슬라, 유럽·호주서 '빨간불'…중국차 공백 파고들며 약진
실제로 테슬라는 호주와 유럽 시장에서 판매량 급감을 겪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를 보면, 전체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는데도 지난 4월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 판매량은 반 토막 났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 협회(ACEA) 집계 결과, 유럽 32개 나라에서 테슬라의 4월 판매량은 7261대로, 지난해 같은 달 1만4228대에서 49%나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전체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은 약 28% 늘어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과 유럽연합 밖 5개 나라를 포함한 이 통계는 이달 초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에서 이미 나타난 테슬라의 판매 부진을 공식 확인시켜 준 셈이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 선두를 지켜온 테슬라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주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EV 위원회(EV Council)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호주 안 테슬라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60%나 급감했다.
이처럼 BYD는 초대형 자동차 운반선단을 통한 바닷길 주도권을 잡고 생산과 수출 규모를 빠르게 늘리는 전략으로 테슬라를 비롯한 기존 세계 전기차 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BYD의 움직임이 단순한 물류망 개선을 넘어 중국 전기차 산업 전체가 세계 시장을 이끄는 힘을 한층 키우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