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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日, 中 수출통제 맞서 '세계 3위' 미나미토리섬 희토류 개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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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日, 中 수출통제 맞서 '세계 3위' 미나미토리섬 희토류 개발 본격화

규제 대상 '중희토류' 풍부…6000m 심해 채굴, 경제성 확보가 관건
中, 인근 공해 선점 경쟁…'해양강국' 내세워 심해 기술 추격
일본 최동단 미나미토리섬 인근 해역.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일본이 이곳 심해에 잠든 '세계 3위' 규모의 희토류 개발을 본격화했다. '해양강국'을 내세운 중국 역시 인근 공해에서 자원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양국의 패권 경쟁이 심해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최동단 미나미토리섬 인근 해역.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일본이 이곳 심해에 잠든 '세계 3위' 규모의 희토류 개발을 본격화했다. '해양강국'을 내세운 중국 역시 인근 공해에서 자원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양국의 패권 경쟁이 심해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글로벌 공급망을 흔드는 가운데, 일본 최동단 미나미토리섬 인근 해저에 잠든 막대한 희토류가 자원 안보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닛케이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2028년 이후 상업 생산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지만, 채산성 확보와 중국과의 심해 기술 경쟁이라는 높은 파고를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무기화하자 그 파장은 즉각 산업계를 덮쳤다. 스즈키의 소형차 '스위프트'가 생산 중단에 이르는 등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 희토류 전문 상사 플래닛의 가와사키 유타카 대표이사는 "희토류까지 중국의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 세계 3위 매장량…中 규제 품목이 ‘절반’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눈이 향하는 곳은 미나미토리섬 인근 심해다. 지난 2013년 도쿄대학 가토 야스히로 교수팀이 발견한 이 해역의 '희토류 진흙' 매장량은 세계 3위에 해당하는 1600만 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는 디스프로슘, 테르븀, 이트륨 등 '중·중희토류'가 전체 매장량의 50%에 달해 전략적 가치가 높다. 더구나 17종의 모든 희토류 원소를 포함하고, 중국 육상 광산보다 품위가 월등히 높은 초고품위 자원이라는 평가다. 디스프로슘 등 일부 원소는 농도가 수십 배에 달한다.

일본 정부도 2025년부터 희토류 진흙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수심 6000미터에서 진흙을 끌어올리는 '양니관' 연결 시험 계획을 발표했으며, 2028년 이후 생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내각부의 '전략적 이노베이션 창조 프로그램(SIP)'은 2027년 1월 이후 하루 350톤의 진흙을 채취하는 기술 실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토 교수는 "하루 3500톤의 희토류 진흙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과거 20년간의 어느 가격대에서도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시산에 따르면 20년간 채굴에 약 1400억 엔(약 1조3204억 원)이 필요하며, 6년 내 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6000m 심해 채굴, '경제성·환경' 넘어야 할 산


다만 상업화까지는 기술적, 경제적 장벽이 높다. 심해에서 채취한 진흙을 육상으로 운송하는 비용 문제와 더불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해저 진흙 제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해저 진흙을 해상까지 끌어올린 후 육상 플랜트에서 정제·분리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는 환경 문제와 함께 해상과 육상을 잇는 연계 인프라 구축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일본이 자원 개발에 속도를 내는 동안 중국 역시 손을 놓고 있지 않다. 중국은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 제한을 무기로 활용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일본 자석 업체들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역설적으로 '중국에서 희토류 자석 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중국은 희토류 자석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며 원자재뿐 아니라 하류 산업까지 영향력을 확대했다. 한 외국계 기업 간부는 "희토류 비축뿐만 아니라, 일본·미국·유럽이 희토류 자석 공급망 전체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자원'에서 '심해'로…미래 패권 건 경쟁 격화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일의 패권 경쟁 무대는 이제 심해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중국은 '해양 강국'을 기치로 내걸고 심해 자원 개발을 '중국제조 2025'와 '신질생산력' 전략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중국은 1조 엔(약 9조 4321억 원) 규모의 전문 펀드를 조성하는 등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상하이교통대학은 심해 채광 로봇 '카이탸오 2호'를 개발해 4000미터급 심해 채광에 성공했으며, 중국 국유기업은 올여름 미나미토리섬 인근 공해에서 채광 시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이 미나미토리섬 주변 해역에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사적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15년 전 원자재 수출 통제로 시작된 희토류 전쟁은 이제 자석 등 하류 제품을 넘어 심해 자원 개발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전기차, 풍력발전 등 첨단 산업의 명운이 걸린 희토류를 두고 일본이 '심해 카드'로 자원 독립을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중국이 심해 패권마저 장악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