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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엔비디아발 훈풍에 2조원대 HBM 시장 '독주'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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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엔비디아발 훈풍에 2조원대 HBM 시장 '독주' 굳힌다

수출 중단 석 달 만에 16억 달러어치 공급 재개…재고 부담 덜어 실적 반등 '청신호'
엔비디아와 협력 강화로 경쟁 우위 확보…업계 "중대한 전환점" 평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엔비디아가 H20 AI 칩의 중국 수출을 공식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조 원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힐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엔비디아가 H20 AI 칩의 중국 수출을 공식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조 원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힐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로이터
엔비디아의 대중국 H20 인공지능(AI) 칩 수출 재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청신호'가 켜졌다. 단순한 공급 재개를 넘어, 세계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의 압도적 지배력을 재확인하고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로 두 회사는 당장 수억 달러 규모의 HBM 공급을 재개한다.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15일(현지시각) 엔비디아의 내년 1분기 H20 칩 출하 계획 물량만 약 130만 개에 달하며, 이는 HBM 모듈 수로는 800만 개, 금액으로는 16억 달러(약 2조2200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현재 세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점유율 53%)와 삼성전자(38%)가 합계 90% 이상을 점유한 독과점 구조로, 이번 수출 재개의 수혜가 두 회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4월 미국 정부의 추가 수출 통제 조치로 중국을 향한 H20 칩 공급을 중단했으나 석 달 만에 승인을 얻어 수출을 다시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중국 국영방송 CCTV와 한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H20은 중국의 주요 정보기술 기업들이 AI 서비스에 주력으로 채택해 온 칩으로, 지난해 320억 달러(약 44조4192억 원) 이상을 AI 기반 시설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 시장의 핵심 부품이다.

◇ 쌓인 재고 덜어내…미래 투자 '숨통'


이번 수출 재개는 두 회사의 2분기 실적 부진을 털어내는 것을 넘어,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출이 막혔던 기간 수천억 원에 이르렀던 HBM 재고 부담을 빠르게 덜면서, 신규 설비 투자와 차세대 포장(패키징) 기술을 높이기 위한 자금 여력을 확보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매출 부진 탓에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56%나 줄었기에 이번 공급 재개의 의미가 남다르다.

◇ 단순 공급 넘어 '기술 동맹' 강화


더 나아가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는 한층 탄탄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5세대)를, 삼성전자는 GDDR7 바탕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기술 협력 관계를 다지면서 앞으로 HBM4 같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먼저 차지할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발표 직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반등했고, 세계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도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거래 재개를 넘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우리나라의 핵심 위상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 규제 환경 변화 속에서도 우리나라 메모리 산업이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굳건히 다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