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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MW 발전소 직접 짓는 카자흐스탄, 러시아 대신 한국·중국 손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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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MW 발전소 직접 짓는 카자흐스탄, 러시아 대신 한국·중국 손잡나

세메이·우스티카메노고르스크는 중단, 27억 달러 규모 사업 방향 전환
2024년 10월 5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역 변전소와 울켄 마을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10월 5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역 변전소와 울켄 마을의 모습. 사진=로이터
국제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카자흐스탄 정부가 러시아의 자금 지원이 늦어지자 27억 달러(37400억 원) 규모 열병합발전소(Combined Heat and Power Plant, CHPP) 프로젝트를 자국 자금으로 단독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내용은 모스크바타임스(The Moscow Times)가 지난 15(현지시각) 보도했다.

◇ 콕셰타우 발전소, 국내 자금으로 착공…러시아 금융 지원은 지연


올자스 벡테노프(Olzhas Bektenov) 카자흐스탄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약속한 저리 자금 지원이 몇 달째 확정되지 않아, 국내 자금으로 콕셰타우에 240메가와트(MW)급 열병합발전소 공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도 러시아 측으로부터 자금 제공 여부에 대한 분명한 회신이 없는 점을 감안해,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콕셰타우 발전소는 인구 14만여 명이 거주하는 북부 중소도시로, 발전소 완공 시 지역 전력 안정성과 난방 공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세메이(Semey)와 우스티카메노고르스크(Ust-Kamenogorsk) 지역에서 각각 추진 중이던 360MW급 열병합발전소 2곳의 공사는 러시아 자금에 의존하고 있어 현재 잠정 보류 상태다. 벡테노프 총리는 조속히 구체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이들 프로젝트 역시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해당 지역의 열 공급과 전기 수요가 시급한 상황이므로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 당초 러시아 투자 협약 체결…지연 이유는 이자 보조금 문제


이들 열병합발전소 건설 사업은 2023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며 체결된 양국 에너지부 간 협력 각서를 바탕으로 추진됐다. 이후 2024년 초 정부 간 최종 협약이 맺어지면서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인터 RAO(Inter RAO)가 주 계약자로 선정됐고, 러시아 은행이 15년 상환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러시아 측 자금 지원은 지난 5월 말부터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로만 스클리아르(Roman Sklyar) 카자흐스탄 부총리는 당시 러시아 자금이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으며, 수입되는 러시아산 발전 설비에 이자를 보조하는 방식도 결정되지 않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자금이 끝내 확보되지 않으면 대체 투자자를 찾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부 바키잔 일리야소프 차관도 최근 중국, 한국 등 외국 에너지 기업들을 포함한 잠재 투자자들과 대체 투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투자 다변화 압박 커져…정부, 독자 추진 의지 강조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카자흐스탄이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노후된 지역 난방 기반을 개선하려는 긴급한 필요에 따라, 러시아 없이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편, 콕셰타우 외 발전소 공사가 지연되면서 전체 960MW 규모 CHPP 프로젝트의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지에서는 러시아의 경제 제재 영향으로 금융 지원 여력이 떨어졌으며, 정치적 변수도 겹치면서 자금 이행이 지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일부에서는 이번 사례는 카자흐스탄이 러시아 외 국가들과 에너지 협력을 다변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카자흐스탄 정부의 결정은 러시아에 대한 재정 의존을 줄이고, 지역 에너지 인프라를 제때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