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세 27.5%에서 약 15%로 인하 기대...주요 완성차 업체 주가 일제히 상승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은 25일(현지시각) 2분기 영업이익이 38억3000만 유로(약 44억9000만 달러·약 6조2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39억4000만 유로)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회사 측은 또한 올해 상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약 13억 유로(약 15억3000만 달러·약 2조1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으며, 구조조정 충당금이 7억 유로에 달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이에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기존 5.5~6.5%에서 4~5%로 낮췄고, 연간 매출도 당초 최대 5% 증가에서 전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이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업계가 부담하고 있는 27.5%의 관세를 약 15% 수준으로 인하하는 데 합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고 주가는 급등으로 화답했다.
매체는 또한 폭스바겐이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별도의 보완 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루메 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막대한 투자를 제안할 수 있으며, 그 대가로 관세 수준을 낮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서 “동시에 미국에서 다른 국가로의 수출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폭스바겐은 관세로 인해 포르셰와 아우디 브랜드가 타격을 입었다고 밝히며 올해 연간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관세 완화 조짐이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이날 폭스바겐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관세 완화 전망이 나오자 메르세데스 벤츠(2.6%), BMW(2.77%) 및 스텔란티스(5.74%) 등 주요 완성체 업체 주가도 일제히 상승했다.
폭스바겐은 현재 미국에서 ‘스카우트(Scout)’ 브랜드의 견고한 스포츠유틸리티(SUV)와 픽업트럭 생산을 위한 공장을 건설 중이며, 아우디의 현지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한 현재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SUV를 생산 중인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에서 더 많은 차량을 수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블루메 CEO는 “미국에 1달러 투자할 때마다 관세 부담을 1달러 줄이는” 폭스바겐의 제안에 미국 협상단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폭스바겐이 비용 부담이 큰 독일 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어 비야디(BYD)를 위시한 현지 전기차 업체들이 주도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둔화도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씨티의 하랄드 헨드릭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메모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일부는 해결된 상태”라며 “폭스바겐 브랜드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생산능력 감축 효과를 보기 시작했고, 아우디와 포르셰도 내년부터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스바겐의 아르노 안틀리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관세와 관련해 좋은 타협이 필요하다”면서 “미국 정부의 요구와 유럽 완성차 업계의 입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