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역대 최대 합의" 발표하자…EU "법적 구속력 없다" 반박
정식 서명도 전에 파열음…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다시 고조
정식 서명도 전에 파열음…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다시 고조

최근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만난 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관세 협상 타결을 발표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백악관이 지난 28일 관세 철폐, 투자 촉진 등 구체적 이행 방안을 담은 '사실확인서'를 공개하자 기류는 급격히 바뀌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9일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미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 법적 구속력부터 투자 규모까지…곳곳이 '지뢰밭'
EU 집행위는 "2025년 7월 27일의 정치적 합의는 법의 구속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합의 악수는 상징적인 행동일 뿐, 정식 협정을 통해 세부 사항을 조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첫째, 법의 구속력 문제다. 미국은 발표 내용을 사실상 확정된 약속으로 여기는 반면, EU는 최종 서명 전까지는 정치적인 선언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둘째, 관세율 수준이다. 미국은 EU산 제품 대부분에 15% 관세를 매긴다고 밝혔으나, EU는 법을 담은 문서가 나오기 전까지 확정할 수 없다는 태도다. 셋째, 투자 규모와 범위다. 미국은 EU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와 군수품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EU는 이 역시 구속력이 약하다고 본다.
◇ '서명 전 파기' 우려…전문가 "새로운 불안정 국면"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8월 1일부터 EU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려던 계획을 막기 위해 양측이 서둘러 협상에 나선 배경도 이번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양측은 세계 무역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마찰 해소가 중요하지만, 미국이 높은 관세를 협상 무기로 활용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최종 합의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EU 내부에서도 일부 회원국을 중심으로 미국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변수다.
티에리 브르통 전 EU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EU와 미국은 합의한 것이 없다. 합의란 의견이 일치했을 때를 뜻한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불안정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명도 하기 전에 양측의 동상이몽이 드러나면서, 어렵게 마련된 협상의 추진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