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연준, 32년 만에 가장 크게 갈라졌다…트럼프 압박 속 금리 동결 놓고 내홍 분출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연준, 32년 만에 가장 크게 갈라졌다…트럼프 압박 속 금리 동결 놓고 내홍 분출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준 이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준 이사. 사진=로이터
미셸 보우먼 미 연준 부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셸 보우먼 미 연준 부의장.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다섯 번째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준 내부에서 32년 만에 가장 큰 정책 이견이 표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CNN은 연준이 31일(이하 현지시각)까지 열리는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 결정에 이견을 제시하는 인사가 두 명이나 나올 수 있다고 3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미셸 보우먼 연준 부의장(은행 감독 담당)으로 두 사람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고용시장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월러 이사는 지난 17일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노동시장이 악화되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관세 효과는 일시적이므로 이를 지나치게 반영하지 말고 근원물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CNN은 이 같은 발언에 따라 두 사람 모두 정책 결정에 반대 의견을 공식 표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만약 실제로 두 명의 연준 이사가 동시에 반대 의견을 내면 이는 1993년 이후 31년 만의 일이다.

◇ 트럼프의 압박, 연준의 고민


연준 내부 이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금리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놓고 벌어지는 정책 혼선의 단면이기도 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로부터 지속적인 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아 연방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해왔고 지난 2일에는 연준 본부 건물의 25억 달러(약 3조4500억 원) 규모 리모델링 공사까지 언급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다만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한 뒤 관련 비판을 일부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 인플레이션은 안정…실업률은 낮아


연준이 기준금리를 유지하려는 배경에는 물가와 고용 지표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물가상승률은 관세에도 불구하고 억제되고 있고,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흡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버로니카 클라크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기업은 1분기에 관세 발표를 앞두고 미리 수입한 저렴한 재고를 아직 활용하고 있고 소비자 가격 인상을 늦추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4.1%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도 많지 않은 편이다.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라 울프는 “노동시장에서 당장 우려스러운 조짐은 없고 올해 하반기에는 질서 있는 둔화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 연준의 독립성 시험대에 오르다


연준은 이달에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회의에서 표출되는 내부 반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정책 결정에 외부 압력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연준이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맞춰 금리를 내리는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부의장으로 임명된 보우먼의 존재와 규제 완화 움직임 등은 연준의 체질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CNBC과 인터뷰에서 “연준은 스스로 성공적이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박사학위 받은 사람들이 그 안에 가득한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