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다만 미국이 브라질을 동등한 협상 상대로 존중할 경우에는 통상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갈등 고조 국면 속에서도 대화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남겼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전날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노동자당(PT) 전국대회 연설에서 “우리는 협상하고 싶다. 그러나 동등한 조건에서 협상하길 원한다”며 “우리 기업을 지원하고 노동자를 지키며 미국이 협상할 준비가 됐을 때 우리의 제안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산 대부분의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이후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의 이유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을 들었으며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형사재판 절차에 직접적인 외교적 압력을 가했다.
◇ 브라질 재무 “트럼프의 발언은 긍정적 신호”…실무 접촉 시사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룰라가 나에게 전화하면 된다”고 말했으며 이에 대해 페르난두 아다지 브라질 재무부 장관은 “진전을 위한 긍정적 신호로 본다”고 평가했다.
아다지 장관은 조만간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관세 및 제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 협상 시점과 조건에 대해 룰라 대통령은 명확한 전제 조건을 두고 있으며 실질적인 외교 협상 재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는 달러 대체 통화를 중심으로 한 브릭스(BRICS) 블록의 무역구조 다변화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보우소나루 지지자들 거리 시위…모라이스 대법관 규탄
이날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연방대법원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과 룰라 대통령을 동시에 비난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마그니츠키!”를 외치며 모라이스 대법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지지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다. 일부는 미국 국기를 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도 내걸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쿠데타 모의 혐의로 연방대법원에 의해 기소돼 있으며 현재 전자 발찌를 착용한 채 야간 외출이 제한된 상태다. 이번 시위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현장에서 전화 연결을 통해 그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