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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위스산 금괴에도 고율 관세…글로벌 금 시장 '충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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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위스산 금괴에도 고율 관세…글로벌 금 시장 '충격파'

지난 1월 10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 위치한 프로 아우룸 골드하우스의 금고 보관실에 금괴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10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 위치한 프로 아우룸 골드하우스의 금고 보관실에 금괴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스위스산 금괴에까지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글로벌 금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이번 조치는 세계 최대 금 정제국인 스위스에도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최근 판정문을 통해 1kg과 100온스 금괴가 관세 대상 품목 분류코드(HS 코드)인 ‘7108.13.5500’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업계가 관세 면제 품목으로 인식했던 ‘7108.12.10’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시했다.

◇ “가장 많이 거래되는 금괴가 타깃”…스위스 금 수출 차질 불가피

CBP의 이번 결정은 금 선물 최대 거래소인 미국 코멕스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1kg짜리 금괴를 직접 겨냥한 것이어서 시장의 파장이 크다는 분석이다. 스위스는 코멕스에 납품되는 금괴의 주요 공급국으로 미국세관의 분류 변경은 사실상 스위스의 금 수출 통로를 봉쇄하는 셈이다.

스위스 귀금속 제조·무역협회의 크리스토프 빌트 회장은 “이번 조치는 스위스의 대미 금 수출에 ‘또 다른 타격’을 가했다”며 “황금에 대한 수요를 맞추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스위스 정제소에서 재가공된 귀금속은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었으나 금괴 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스위스 정제소들은 관세 회피 가능 품목을 파악하기 위해 수개월간 법률 자문을 받아왔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는 미국 수출을 일시 중단하거나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 61조원어치 수출에도 관세 폭탄…연간 추가 부담 24조원


스위스는 지난해 6월까지 1년간 총 615억 달러(약 82조4100억 원)어치의 금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이에 따라 최근 도입된 39%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약 240억 달러(약 32조1600억 원)에 달하는 추가 관세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금 가격도 올해 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대비 27% 오른 금 가격은 일시적으로 온스당 3500달러(약 469만 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국채 부채에 대한 신뢰 약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FT는 "관세 발표 직전까지도 업계는 대형 금괴가 면세 품목에 포함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며 실제로 지난 4월 ‘해방의 날’ 관세 발표 당시 일부 귀금속에는 면제가 적용됐다"고 전했다.

◇ 뉴욕-런던-스위스 3각 금 거래망 ‘차질’ 우려


통상적으로 금은 런던-뉴욕 간의 거래에 앞서 스위스에서 다양한 크기로 재주조된다. 런던에서는 벽돌 크기의 400트로이온스 바가, 뉴욕에서는 스마트폰 크기의 1kg 바가 주로 거래된다. 이번 관세 변경은 이 흐름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