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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푸틴 알래스카 회담, 우크라이나 배제에 외교적 정당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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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푸틴 알래스카 회담, 우크라이나 배제에 외교적 정당성 논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1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초청받지 못한 채 회담이 추진돼 국제사회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ABC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 가디언, 포린폴리시 등 주요 외신은 이번 회담이 ‘핵심 당사자 없는 평화협상’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최근 잇따라 보도했다.

◇ 젤렌스키 “사진만 원하는 푸틴, 정치적 승리 줄 뿐”


이들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2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푸틴이 이번 회담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본다. 그가 원하는 건 사진 한 장”이라며 “우크라이나 문제는 최소한 세 나라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회담이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 탈출과 대러시아 제재를 늦추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FT도 “푸틴이 실질적 양보 없이 미국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성사시킨 것은 국내외 모두에서 정치적 이익”이라고 분석했다.

◇ 미국·유럽, 화상회의로 사전 조율…그러나 회담 구도 불투명


A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3일 유럽 정상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참석하는 화상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젤렌스키는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고문 스티브 위트코프, 유럽 지도자들과 지난주 가진 전화통화에서 “러시아가 전쟁 종식의 첫걸음을 뗄 수 있다는 첫 신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푸틴이 휴전이나 종전을 준비하는 징후는 전혀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는 오히려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며 최근 도네츠크주 포크롭스크 북쪽 전선 돌파와 도브로필리아 방향으로의 진격을 예로 들었다.

◇ ‘영토 맞교환’ 가능성에 우려…러시아, 기존 요구 고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탐색전 성격”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영토 맞교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으며 나토 가입 포기·비핵화·군비 축소·‘탈나치화’ 등 기존 요구를 철회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루한스크 철수를 유도하려는 러시아의 협상 함정”이라고 평가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넘기지 않고 나토 가입을 포기하지 않으며 군사력 제한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 NYT “푸틴, 회담을 자신에 유리하게 활용 가능성”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푸틴과의 회담에서 미국 정보당국 입장보다 러시아의 입장을 두둔한 전례가 있다”며 이번 알래스카 회담 역시 러시아에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직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의 강경 요구에 굴복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기정사실화된 결과를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린폴리시 역시 이번 회담을 “정치적 이벤트에 가깝고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자리”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