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제출한 서한에서 판결이 뒤집힐 경우 정부가 수십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환급해야 해 재정 파탄에 직면하고 사회보장제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법무팀은 지난 11일 법원에 낸 서한에서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권한을 무력화하면 1929년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법원이 우리를 상대로 판결하면 ‘막대한 돈’을 갚는 것은 불가능하며 ‘대공황’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 관건은 IEEPA 해석
이번 소송의 핵심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이다. 이 법은 ‘경제적 비상사태’에 대한 제재·금수조치는 허용하지만 ‘관세’라는 단어는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90여개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5월 미 국제무역법원(CIT)이 “대통령에게 무제한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하자 정부는 즉시 항소했다.
◇ 전문가들의 반론
예산·통상 전문가들은 행정부의 ‘재정 파탄’ 주장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제시카 리들 맨해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방예산이 7조달러(약 9708조4000억원)이고 연간 재정적자가 2조 달러(약 2773조8400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관세 수입 증감이 ‘게임 체인저’가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테드 머피 시들리 오스틴 무역 파트너는 “성과가 좋았고 그걸 없애면 나쁘다는 이유로 합법성 판단을 넘어가자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도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더 많은 합의를 이룰수록 더 많은 돈이 들어오고 대법원이 우리를 거스르기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 관세 수입 현황
미 재무부에 따르면 7월까지 관세 수입은 약 1520억달러(약 210조3816억원)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수조달러가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는 급여세와 보험료 등 별도의 재원으로 운영돼 관세 수입과 직접 연계되지는 않는다.
이번 소송은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항소심에서 패하면 관세 징수가 중단되고 기업들이 대거 환급을 청구할 수 있어 대통령의 핵심 지렛대가 약화된다. 반대로 관세 권한이 유지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지렛대로 한 양자 협상’ 전략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