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반도체법 지원 조건으로 지분 참여 모색…반도체 산업 전례 없는 개입 신호"

로이터 통신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자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서 칩스법 자금을 지원받는 기업들에 대해 정부가 일정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는 인텔에 대한 현금 보조금 지원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에서 확장된 구상이다.
로이터는 백악관 관계자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러트닉 상무장관이 인텔뿐 아니라 마이크론, 대만 TSMC, 삼성전자 등에도 칩스법 지원과 지분 참여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TSMC는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고, 마이크론·삼성전자와 백악관은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트닉 장관이 인텔에 대한 정부 지분 10% 확보 방안을 추진 중임을 확인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가 안보와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미국의 필요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면서 “이번 구상은 매우 창의적인 접근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러트닉 장관이 칩스법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정부 지분 참여 구상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미국 정부가 대기업 경영에 전례 없는 영향력을 확대하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인텔의 경영에 간섭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이번 방안은 전례가 없는 사례로 꼽힌다. 과거 미국 정부가 경제 불안 시기에 자금을 투입하며 기업 지분을 보유해 신뢰를 구축한 사례는 있었지만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본격적인 지분 참여는 처음이다.
비슷한 사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면서 ‘황금 주식(golden share)’ 조건을 받아냈다. 이 조건은 대통령 동의 없이 약속된 투자를 축소·연기하거나 혹은 생산과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공장을 조기 폐쇄·가동 중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소식통들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칩스법 관련 논의에 참여하고 있으나 실제 구상을 주도하는 인물은 러트닉 장관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 구상에 호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상무부는 총 527억 달러 규모의 칩스법 집행을 담당하고 있으며, 해당 법은 반도체 연구 자금과 공장 건설 보조금을 제공한다. 상무부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47억5000만 달러), 마이크론(62억 달러), TSMC(66억 달러) 등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을 확정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