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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군 25만 전사에도 "우크라이나에 양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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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군 25만 전사에도 "우크라이나에 양보 없다"

“소련 영광 회복이 목표”…돈바스 요구는 평화협정 아닌 압박
러시아군 희생 1945년 이후 최대, 소련 향수 활용한 정치 구도…서방의 협상 기대 불가
소련의 사라진 영화를 꿈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소련의 사라진 영화를 꿈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소련 시절의 영광을 되찾는 사명으로 규정하며, 어떤 협상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뉴욕대학교 글로벌정책센터 캐럴린 키세인(Carolyn Kissane) 부학장이 지난 19(현지시각) 배런스(Barron’s) 칼럼을 통해 전했다.

◇ 소련 붕괴와 아프간 패전의 상처


푸틴 대통령은 2005년 소련 해체를 “20세기 최대의 지정학 재앙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는 소련이 1979년부터 1989년까지 치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14500명 이상을 잃고 철수해야 했던 경험을 굴욕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철군은 소련 체제 붕괴를 재촉한 계기로 평가됐다.

키세인 부학장은 푸틴은 아프간 패전이 남긴 굴욕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후퇴는 자신의 정치적 생애 전체를 부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금까지 약 25만 명의 전사자를 냈고, 사상자 규모는 100만 명에 이른다. 이는 1945년 이래 러시아와 소련이 치른 모든 전쟁의 전사자 수를 합한 것보다 다섯 배나 많은 규모다.

◇ 러시아 사회에 퍼진 소련 향수


푸틴의 정책적 기반은 러시아 내부의 소련 향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현재의 러시아보다 옛 소련과 더 강하게 자신을 동일시한다고 답했다. 특히 고령층과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소련을 그리워하는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졌으며, 이는 푸틴 대통령의 정권 지지세력으로 연결됐다.

러시아 당국은 이 같은 분위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월 안드레이 벨루소프 국방장관은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독일 나치를 물리친 대조국전쟁의 연장선으로 규정했다. 이는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조국의 생존을 위한 성스러운 전쟁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려는 것이며, 러시아 국영언론은 이를 크게 보도하며 국민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돈바스 양도 요구, 진정한 평화 아냐


푸틴 대통령은 최근 알래스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그러나 그는 우크라이나를 협상 대상이 아닌 하위 파트너로 취급했다는 평가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산업 중심지인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넘기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키세인 부학장은 이것은 평화협정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영구적으로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으며, 3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이 점령지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점령지 합의를 통한 휴전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체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배런스는 이번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을 합리적인 협상가로 대하는 실수를 하고 있다푸틴은 서방이 기대하는 합리적 규칙 바깥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런스는 푸틴 대통령이 소련 붕괴의 굴욕을 보복하려는 집착, 러시아 사회에 뿌리내린 소련 향수, 그리고 전쟁을 역사적 사명으로 규정하는 정치적 계산이 맞물리면서, 협상을 통해 전쟁을 멈춰 세우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진단을 이 칼럼을 통해 소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