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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가 초래하는 일자리 불안" 미국서 현실로…직장인 42% "내 자리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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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가 초래하는 일자리 불안" 미국서 현실로…직장인 42% "내 자리 위협"

실업자가 구인 건수 4년 만에 첫 추월, AI 도입 기업들 대규모 인력 감축
AI로 인한 불안감 해소하기 위해 ‘인간으로서 가치’ 인식 중요
미국 전역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빨라지면서 구직자부터 현직 근로자까지 모든 계층에서 일자리 불안감이 늘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전역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빨라지면서 구직자부터 현직 근로자까지 모든 계층에서 일자리 불안감이 늘고 있다. 이미지=GPT4o
미국 전역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빨라지면서 구직자부터 현직 근로자까지 모든 계층의 일자리 불안감이 크게 늘고 있다.

악시오스가 지난 7(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런 불안감은 고용시장 악화와 맞물리면서 근로자들에게 더욱 큰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다.

◇ 고용 위축 속 AI 대체 우려 확산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4년 만에 최악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7월 기준 실업자 수가 구인 건수를 4년 만에 처음 넘어섰고, 8월 신규 채용은 22000명에 그쳐 고용 증가세가 거의 멈췄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이 인력 대체 수단으로 AI 기술 도입을 늘리면서 근로자들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AI 도입으로 인한 회사의 변화상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그는 지난달 로건 바틀렛 팟캐스트에서 "AI 덕분에 더 적은 인력으로도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을 9000명에서 5000명으로 대폭 줄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회사에서 AI가 모든 일자리를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됐다. 베니오프 CEO는 지난 7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AI를 많이 쓰게 된 상황에서도 수천 명의 영업 직원을 새로 뽑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AI가 일부 직무는 대체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오히려 일자리를 늘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행동과학자 릴리 잠폴은 악시오스에 "AI 불안감은 현실"이라며 "상황이 너무 빠르게 바뀌면서 생기는 불확실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근로자들이 조직 내 AI 도입 결정에서 배제되면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잠폴은 이메일을 통해 "AI가 일자리를 없애는 게 아니라 리더들이 일자리를 없앤다"고 덧붙였다.

◇ 몰래 AI 사용하거나 기술 과장하는 현상도

근로자들의 불안감은 구체적 행동 변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가 AI를 몰래 사용하거나 자신의 AI 관련 기술을 과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라이즌에서 수년간 제품 개발자로 일한 제프 모셔는 악시오스에 "업계 인맥 전반에 실존적 불안감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치료사이자 건강·웰니스 코치인 제이다 버틀러는 "우리는 이미 개인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가치를 고민하고 있는데, 기계가 인간보다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이 자기비판과 자기의심, 불안감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학교 정신의학과 데이비드 번스 교수는 이런 불안감의 원인을 쉽게 설명했다. 그는 "AI 때문에 생기는 직업 불안의 나쁜 영향은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이 곧 나 자신'이라고 생각할 때 나타난다"고 말했다. 즉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직업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성취 중독'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번스 교수는 "'내가 하는 일이 곧 나'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믿음"이라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직업이 사라진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AI 관련 불안감이 근로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기술을 익히거나 다른 역할을 찾아보도록 자극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쟁점은 AI가 업무를 바꿀 것인지가 아니라 근로자들이 이런 변화에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