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가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종말적 공포의 한가운데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시키는 강렬하고 비전 있는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벨라 타르는 지난 1989년 발표된 소설 ‘저항의 멜랑콜리(The Melancholy of Resistance’를 원작으로 2000년 영화 ‘베르크마이스터 하모니즈’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거대한 박제 고래와 함께 유랑하는 서커스단이 한 소도시에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그의 최신작 ‘헤르슈트 07769(Herscht 07769)’는 지난해 미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독일의 한 낙서 청소부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세계의 멸망을 알리는 편지를 보내는 내용을 다룬 이 소설은 400쪽 분량에 마침표가 단 한 번만 등장한다.
한림원 선정위원 스티브 셈샌드버그는 “그의 예술적 시선은 환상에서 벗어나 사회 질서의 허약함을 꿰뚫는다”며 “그럼에도 예술의 힘을 끝까지 신뢰하는 태도가 수상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954년 헝가리 남동부의 도시 죄러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유대계 가정에서 성장했다. 부친은 변호사, 모친은 복지부 공무원이었다. 헝가리 문학을 전공한 그는 군 복무 중 불복종으로 징계를 받고 탈영한 뒤 재즈 피아니스트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첫 장편 ‘사탄탱고(Sátántangó·1985)’는 가난한 마을의 삶을 묘사한 작품으로 헝가리 문단에 충격을 주며 일약 문단의 중심에 섰다. 벨라 타르는 이 작품을 7시간짜리 영화로 각색해 1994년 발표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15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당시 심사위원장 마리나 워너는 “그는 현대의 공포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포착하는 비전 있는 작가”라고 평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0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임레 케르테스에 이어 두 번째 헝가리인 수상자가 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