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190억 달러 암호화폐 청산…비트코인 하루 14% 급락

1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미국 옵션시장 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의 추가 하락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헤지(위험 회피)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시장 참가자들을 인용해 지난 10일 하루 동안에만 암호화폐 시장에서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 규모가 190억 달러(약 26조 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 통제를 예고하자 공포에 질린 매도와 낮은 유동성이 맞물리면서 암호화폐 가격 폭락을 견인했다.
비트코인은 10~11일 사이 10만4782.88달러까지 하락하며, 지난 10일 고점(12만2574.46달러) 대비 14% 넘게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이후 반등해 한국 시각으로 14일 오전 7시17분 현재 11만5854.82달러에 거래됐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지난 6일 사상 최고가인 12만6000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지난 11일 한때 3436.29달러까지 떨어지며 하루 동안 12.2% 급락했다. 이더리움은 이후 반등에 성공해 한국 시각으로 14일 현재 전날 대비 3.1% 오른 4269.85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이더리움을 제외한 기타 암호화폐인 알트코인의 타격은 훨씬 더 컸다. 도지코인이 62%, 아발란체가 70% 급락했다가 일부 낙폭을 일부 만회하는 변동성 장세를 연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말 사이 대중(對中) 강경 발언을 다소 누그러뜨리며 “모든 일이 잘 될 것이고 중국을 해치고 싶지 않다”고 언급하며 암호화폐 시장의 회복세를 이끌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긴장 고조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비판했지만, 추가적인 보복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캔버라에 본사를 둔 파생상품 플랫폼 Derive.xyz의 션 도슨 리서치 총괄은 “지난 10일, 단기물뿐만 아니라 장기물 옵션 전반에서 변동성이 급등했다”면서 “특히 단기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 위험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Derive.xyz의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트레이더들은 대규모 풋옵션 매수에 나서며 잠재적 하락 위험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풋옵션은 특정 자산을 미래의 일정 시점까지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로 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수익을 얻거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거래다.
로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경우, 오는 31일 만기 행사가격 11만5000달러와 9만5000달러의 풋옵션에 대한 매수가 집중됐다. 또한 오는 17일 만기 콜옵션에서 행사가격 12만5000달러 구간은 콜 매수에서 콜 매도로 급격히 전환되며 단기적으로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음을 보여줬다.
Derive.xyz의 닉 포스터 공동 창업자는 이더리움의 경우 트레이더들이 오는 31일 만기 행사가격 4000달러와 17일 만기 행사가격 3600달러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12월26일 만기 행사가격 2600달러 풋옵션의 대규모 매수세도 관찰됐다. 포스터는 이러한 행사가들이 연말까지 이어질 하락 심리 확산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분석가이자 더 코인 뷰로(The Coin Bureau)의 공동 창업자 니크 퍼크린은 “이번 폭락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청산하고 시장의 리스크를 일시적으로 재조정했다”면서 “비트코인이 올해 의미 있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려면 여전히 중요한 저항선을 돌파해야 하는 또 다른 도전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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