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난성(湖南省) 핑장현(平江县)

중국에서 사상 최대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폭등하던 금값-은값이 하락반전하고 있다. 공급 폭탄 공포가 금값을 일단 끌어내리고 있다."
뉴욕증시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은 중국 지질당국이 후난성(湖南省) 핑장현(平江县)에서 약 830억 달러 우리돈 120조원 규모의 초대형 금광을 발견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슈퍼자이언트(super-giant)’급 금 매장지로 분류되는 이번 발견은, 단일 매장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금광은 후난성 동북부 완구(Wangu) 지역에서 발견됐다. 지하 약 1450미터 깊이에 고품위 금이 집중적으로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금 매장지의 가치가 약 6000억 위안, 미화로 약 8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발견은 금의 공급 측면에서 중장기적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귀금속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값의 희소성 논리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탐사와 채굴이 진행된다면, 금의 공급 확대는 불가피하며 이는 향후 가격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광 발견 보도가 나오자 비트코인 옹호자들은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프로토콜 상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돼 있어, 공급 확장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디지털 희소 자산’으로 불리며 차별화된 위상을 구축해왔다. 금은 대규모 금광 발견으로 흔들리고 있는 반면 비트코인은 시간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2,100만 BTC의 고정된 발행량을 지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압박해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최악의 경우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1%가 이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국채는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돼 왔지만, 연준의 독립성이 위협받으면 투자자들이 국채 대신 금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 전망으로는 2026년까지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UBS를 비롯한 글로벌 IB들도 잇달아 금 목표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9월 UBS는 2025년 말 기준 금 목표가를 온스당 3500달러에서 3800달러로 올렸고, 도이치뱅크는 2026년 평균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4000달러로 수정했다.
역사적으로 금값은 글로벌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급등했다. 1971년 금본위제가 붕괴되고 오일쇼크가 닥쳤을 때가 대표적이다. 금본위제란 화폐 가치를 금에 연동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중심이 돼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를 구축하면서 달러와 금의 교환(1온스=35달러)을 약속했고, 달러는 기축통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의 지출이 급증하고 재정적자가 확대되자 달러 공급이 급증했고 닉슨 대통령은 달러-금 태환 정지를 선언했다.
금본위제가 무너진 직후 1차 오일쇼크(1973년)로 물가가 급등하자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리며 금값도 급등했다. 1970년대 초 온스당 35달러 수준이던 금값은 1974년 말 180달러를 돌파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로 국제 경제가 흔들리자 금값은 1980년 초반 85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달러가 기축통화로 제 역할을 하고, 연준이 고금리 정책을 도입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억제되자 금값은 내리막을 걸었다. 1985년에는 300달러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금의 매력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값 급등의 새로운 분수령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번지자 달러 신뢰도가 흔들렸다. 투자자들은 금으로 몰려들었다. 금융위기 직전 800달러 수준이던 금값은 2011년 온스당 약 1920달러까지 폭등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대화됐고, 이는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이후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자 금값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2013년에는 1200달러, 2015년에는 1050달러까지 밀리며 2011년 고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금을 다시 안전자산으로 부각시켰다. 글로벌 경제가 혼란에 빠지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식시장이 얼어붙자 투자금은 금으로 몰렸다. 각국 정부의 초저금리 정책과 대규모 재정지출로 화폐가치 하락 우려가 커진 것도 금 수요를 자극했다. 같은 해 8월 금값은 온스당 207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질서가 흔들리자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매입을 늘렸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1136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금값은 2000달러 선에 안착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관세 정책,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금값은 사상 최고 기록을 잇달아 새로 쓰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