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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금융사 “대출심사 허술” 경고…퍼스트브랜즈·트라이컬러 연쇄 파산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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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금융사 “대출심사 허술” 경고…퍼스트브랜즈·트라이컬러 연쇄 파산 후폭풍

한 달 새 1조 7000억 달러 규모 손실 우려…“절차 생략이 사고 부른다”
미국 최대 금융회사들이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 그룹(First Brands Group)과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 홀딩스(Tricolor Holdings)의 연쇄 파산 이후 대출심사 기준 약화에 경고하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최대 금융회사들이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 그룹(First Brands Group)과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 홀딩스(Tricolor Holdings)의 연쇄 파산 이후 대출심사 기준 약화에 경고하고 있다. 이미지=GPT4o
미국 최대 금융회사들이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 그룹(First Brands Group)과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 홀딩스(Tricolor Holdings)의 연쇄 파산 이후 대출심사 기준 약화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5(현지시간)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런던에서 열린 프라이빗 캐피털 서밋에서 신용시장 전반의 위험 심사 부실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마크 로완 CEO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승리하려는 욕구가 때때로 절차 생략으로 이어진다""후기 사이클 사고들이 나타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로완은 대출기관들이 수년간 더 위험한 차입자들을 찾아나선 결과 이러한 부실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레버리지가 높은 일부 대출에서 절차를 생략하려는 의지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아폴로는 퍼스트브랜즈의 부실채권이 문제를 일으킬 때 돈을 벌 수 있도록 이런 채권을 미리 팔로우하는 전략을 세웠다. 로완 CEO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대부분 은행 같은 금융회사라고 말했다.
지난달 퍼스트 브랜즈와 트라이컬러의 파산은 신용시장 전반에 충격을 줬다. 블랙스톤, PGIM 같은 주요 투자자들과 제퍼리스를 비롯한 대형 은행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번 사태는 은행 대출과 사모채권 시장, 그리고 부채 규모가 높은 차입자들의 투명성 부족에 추가 조사를 불러일으켰다.

JP모건 17000만 달러 손실..."바퀴벌레 하나 보이면 더 많이 있을 것"


블랙스톤의 조너선 그레이 사장과 로완 CEO는 모두 퍼스트 브랜즈와 트라이컬러 손실위험을 쌓아올린 은행들을 비난했지만, 이러한 붕괴가 다행스럽게도 시스템 문제의 징후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레이는 같은 FT 컨퍼런스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두 건 모두 은행 주도 과정이었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탄광의 카나리아이거나 시스템 문제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이날 은행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트라이컬러 파산으로 17000만 달러(2410억 원) 손실을 공개하며 일부 우려에 동조했다. 다이먼은 "이런 일이 발생하면 내 안테나가 올라간다. 이런 말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바퀴벌레 하나를 보면 아마도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먼은 "이러한 사건들 중 일부에서는 명백히 사기가 끼어들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절차를 개선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트라이컬러 손실위험은 "우리의 가장 훌륭한 순간이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피프스 써드 뱅크는 9월 트라이컬러 관련 사기 혐의를 발견한 뒤 17000만 달러에서 2억 달러(2840억 원) 사이 손상차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제퍼리스는 퍼스트 브랜즈 관련 손실위험이 71500만 달러(1조 원)라고 공시했으며, UBS5억 달러(7110억 원) 이상의 손실위험을 평가 중이다.

퍼스트 브랜즈는 필터, 브레이크, 조명 부품 같은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공급업체로, 지난달 대출기관들이 회사 재무공시의 잠재 불일치를 조사하기 시작한 뒤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법원 문서를 보면 이 회사는 총 116억 달러(165100억원) 부채를 가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도 경고..."은행들, 사모대출 펀드에 과도한 노출"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규제당국이 은행의 사모대출 부문 손실위험에 주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IMF"은행들이 사모대출 펀드 대출을 늘리고 있는데, 이러한 대출이 전통 상업·산업 대출보다 자기자본 대비 높은 수익을 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반기별 글로벌 금융안정성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로존 은행들이 헤지펀드, 사모대출 회사, 기타 비은행 금융기관에 약 45000억 달러(6400조 원) 규모 손실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대출 총액의 약 9%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은행과 비은행 부문 사이 연결성 증가는 사모대출이나 암호화폐 같은 부문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은행들의 비은행 손실위험이 자체 자본을 넘어서며, 일부는 최고등급 자본의 5배를 넘는다고 IMF는 지적했다.

은행과 사모펀드 회사들은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이 차입 수요를 위해 점점 더 사모대출로 전환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전통 대출기관들은 이러한 변화를 규제 차익거래로 정하고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너무 느슨하게 규제받고 있다고 불만을 냈다.

하지만 퍼스트 브랜즈와 트라이컬러 사태는 양측이 복잡한 금융구조를 통해 얽혀 있어 누가 인수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불분명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은행 대출기관들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 노력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모건스탠리를 보면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올해 초 기준 3조 달러(4260조 원), 2020년 약 2조 달러(2840조 원)에서 성장했으며, 2029년까지 약 5조 달러(7110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Y와 얼터너티브 크레디트 카운슬 보고서는 사모대출 펀드들이 20233334억 달러(4745000억원) 신규 자본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연쇄 파산이 시스템 위기의 신호는 아닐 수 있지만,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 대출 시장에서 위험 심사와 투명성 강화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