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Ie 5.0 시대 본격 개막...초당 1만4900MB 넘는 속도 경쟁 점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게이밍·노트북 등 분야별 맞춤 기술력으로 시장 주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게이밍·노트북 등 분야별 맞춤 기술력으로 시장 주도

IT 전문 매체 테크레이더가 지난 15일(현지시각) 발표한 '2025년 최고 SSD' 종합 평가에서, 웨스턴디지털(WD)의 'WD_블랙 SN8100'이 현재 판매되는 제품 가운데 최고 SSD로 뽑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노트북, 게임, 전문가용 같은 특정 분야에서 최고 제품으로 이름을 올리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상을 입증했다. 이번 평가는 엄격한 시험과 실제 사용 환경 분석으로 얻은 객관적 수치에 바탕을 둬 업계의 눈길을 끈다.
PCIe 5.0 시대, 속도의 새 지평 열다
이번 평가에서 '종합 최고 SSD'로 뽑힌 'WD_블랙 SN8100'은 PCIe 5.0 규격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제품은 M.2 2280 폼팩터에 TLC 3D CBA 낸드 메모리를 바탕으로 하며, 시험 결과 순차 읽기 속도 초당 14,931MB, 순차 쓰기 속도 초당 14,092MB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이 성능은 PCIe 5.0의 이론상 최고 속도에 거의 가까워, 대용량 파일을 옮기거나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작업을 할 때 기존 제품을 압도하는 속도를 구현한다.
특히 SN8100은 실리콘 모션의 SM2508 컨트롤러와 키오시아의 218단 TLC 플래시 메모리를 장착해, 폭발적인 성능을 내면서도 전력 효율을 높인 덕분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 최대 2400TBW에 이르는 내구성(TBW) 또한 최고급 제품으로서 신뢰도를 더한다. 다만,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만큼 값이 비싸 일반 소비자가 사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이다.
종합 순위와는 별개로, 특정 사용 환경에서는 각기 다른 제품이 두각을 나타냈다. '최고의 게임용 SSD' 부문에서는 SK하이닉스의 '플래티넘 P51'이 최고 제품으로 뽑혔다. 이 제품 역시 PCIe 5.0을 쓰며, 자체 개발한 컨트롤러와 238단 낸드 플래시 기술을 담았다. 2TB 모델 시험에서 순차 읽기 초당 13,826MB, 순차 쓰기 초당 12,828MB의 뛰어난 속도를 기록했다. 테크레이더는 단순히 빠른 속도뿐 아니라 안정적인 임의 입출력 성능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는 게임 속 세계를 불러올 때 생길 수 있는 미세한 끊김을 줄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시간을 크게 단축해 쾌적한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 내구성은 최대 1200TBW를 보장하며, 최고 성능을 내면서도 전력 소비를 10W 아래로 관리하는 효율성 또한 높은 사양의 게임 PC에 맞는 뛰어난 설계라는 평가다.
전문가용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돋보였다. '최고의 전문가용 SSD'로 뽑힌 '삼성 9100 프로'는 대용량 데이터를 다루는 전문가를 위한 제품이다. 1TB 모델 시험에서 순차 읽기 초당 14,741MB, 순차 쓰기 초당 13,438MB에 이르는 빠른 속도를 뽐내며, 최대 8TB까지 용량을 선택할 수 있다. 영상 제작, 대규모 프로그램 개발, 데이터 분석 같은 고강도 작업 환경에서 신뢰도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보장한다. 특히 동급 최고 수준인 최대 4,800TBW의 내구성과 뛰어난 안정성, 냉각 설계는 오랜 시간 이어지는 작업에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핵심 요소다.
K-반도체, 속도 넘어 효율·안정성으로 시장 선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경쟁뿐 아니라, 특정 사용 환경에 맞춘 제품으로 시장 지배력을 다졌다. 특히 전력 효율이 중요한 노트북 시장에서는 '삼성 990 EVO 플러스'가 '최고의 노트북용 SSD'로 뽑혔다.
이 제품은 **PCIe 5.0 x2 규격(PCIe 4.0 x4와 호환)을 채택하고 D램을 사용하지 않는(DRAM-less) 설계를 통해 전력 소비를 크게 낮춘 점이 특징이다. 시험에서 순차 읽기 초당 7,278.3MB, 순차 쓰기 초당 5,646.92MB를 기록, PCIe 4.0의 속도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노트북의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발열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또한 부품을 한쪽에만 배치한 단면 설계 덕분에 제품 두께가 얇아 초슬림 노트북에도 쉽게 장착할 수 있다. 내구성은 최대 2400TBW를 지원한다.
콘솔 게임기 시장의 강자인 플레이스테이션 5(PS5) 환경에서는 '삼성 990 프로'가 최고의 선택으로 꼽혔다. V-낸드 3-bit MLC 메모리 기반의 이 제품은 PS5 자체 시험 결과, 초당 6,556MB라는 독보적인 순차 읽기 속도를 기록했다. 이는 시험한 모든 SSD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PS5 공식 사양을 완벽하게 따르며,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방열판을 반드시 달아야 한다. 실제로 123GB 크기의 대용량 게임을 기기 자체 저장 공간에 옮길 때보다 약 84% 더 빠르게 복사하는 등 체감 성능을 확실히 높였음을 입증했다.
모든 사용자가 최고 사양의 SSD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최고의 가성비 SSD' 부문에서는 '오리코 O7000'이 뽑혀 눈길을 끌었다. 이 M.2 2280 규격의 PCIe 4.0 x4 SSD는 10만 원 안팎의 합리적인 값에도 상위권에 가까운 성능을 낸다. 시험에서 읽기 속도는 초당 약 7,000MB, 쓰기 속도는 초당 약 6,500MB를 기록해, 일반적인 PC 사용이나 게임에서 부족함 없는 성능을 보여줬다. 최대 1200TBW의 내구성을 갖췄으며, 계속해서 큰 파일을 쓰는 작업에서는 속도가 느려졌지만, 일상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거의 문제가 없어 가격에 견줘 성능을 극대화한 제품이라는 평가다.
"사용 목적이 최우선"...전문가가 말하는 SSD 선택법
이번 평가는 여러 해 동안 SSD를 전문 분석해온 존 로플러 테크레이더 부품 전문기자가 주도했다. 그는 "이 목록에 있는 모든 저장장치는 제가 광범위하게 시험했으므로, 제 선택이 올바르다고 믿어도 좋다"고 말하며 평가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시험은 동일한 시스템 환경에서 '크리스탈디스크마크 8', '3D마크', 'PC마크 10' 같은 표준 프로그램을 활용했으며, 실제 파일 복사, 게임 실행, 연속 데이터 전송 시험을 포함해** 모든 조건을 똑같이 맞춰 각 저장장치의 순수한 성능을 측정했다. 이를 통해 사용 목적에 따라 각 분야 상위 3개 제품을 골라 최종 목록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SSD를 고를 때 △일상용 △게임용 △전문가 작업용 등 자신의 주된 사용 목적을 뚜렷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SATA 방식 SSD보다 훨씬 빠른 NVMe M.2 (PCIe 4.0 이상) 제품이 좋다. 게임 환경에서는 실행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읽기 속도가 초당 5,000MB 이상이고 용량은 2TB 이상인 모델이 유리하며, 전문가 작업용으로는 내구성(TBW)과 연속 쓰기 성능, 큰 용량을 가장 먼저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컴퓨터 메인보드가 M.2 단자와 해당 PCIe 규격을 지원하는지 호환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번 평가 결과는 PCIe 5.0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된 SSD 시장에서 절대적인 속도뿐 아니라, 각기 다른 사용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력이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제조사들은 단순히 속도 경쟁을 넘어, 안정성과 전력 효율, 내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치열한 기술 개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