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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희토류 동맹, 中 지배력에 6조 원 투자로 도전장...성공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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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희토류 동맹, 中 지배력에 6조 원 투자로 도전장...성공 가능성은?

추출 70%·정제 85%·자석 90% 장악한 中…단기 돌파 "사실상 불가능"
전문가 "10년 이상 장기전…기술·비용·환경 3중고 넘어야" 냉정한 평가
중국 지질박물관의 확대경 옆에 희토류 산업에서 세륨, 란탄, 네오디뮴과 같은 원소를 추출하는 데 사용되는 광물인 모나자이트 샘플이 확대경 옆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지질박물관의 확대경 옆에 희토류 산업에서 세륨, 란탄, 네오디뮴과 같은 원소를 추출하는 데 사용되는 광물인 모나자이트 샘플이 확대경 옆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G7이 지난 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64억 캐나다 달러(약 6조4000억 원) 규모의 희토류 동맹을 공식 출범시키며 중국의 독점적 지위에 정면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은 단순히 광산을 많이 보유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추출량의 70%, 정제 능력의 85%, 희토류 금속 합금 및 자석 생산의 90%를 통제하고 있다.

이는 채굴부터 정제, 가공, 최종 제품 생산까지 전체 밸류체인을 장악했다는 의미다. 푸단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우신보가 "G7은 오랫동안 중국 희토류 의존에서 벗어나기를 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단언한 배경이다.

◇ G7의 야심 찬 계획…하지만 '10년 프로젝트'


G7의 계획은 야심차다.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은 핵심 광물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기 위한 22개 이상의 새로운 투자와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연구 개발에만 2020만 캐나다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팀 호지슨 캐나다 에너지부 장관은 "전 세계에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는 시장 집중도와 의존도를 줄이는 데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도 "희토류 원소를 채굴, 가공, 정제 및 생산할 수 있는 자체 능력을 확립해야 한다"며 "비시장 세력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호주가 세계 최대 리튬 매장량(630만 톤)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채굴된 핵심 광물의 15%만 국내에서 처리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5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광산 개발부터 상업 생산까지 최소 7~10년이 소요된다"며 "환경 승인, 인프라 구축, 기술 인력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 中의 40년 투자 vs 서방의 '이제 시작'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은 40년 넘는 전략적 투자의 결과물이다. 1980년대부터 희토류를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했다. 환경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며 채산성이 낮은 초기 단계를 버텼고, 가공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중국은 단순히 원광을 캐는 것을 넘어 정제·가공 기술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희토류는 17개 원소의 총칭으로, 각각을 분리하고 정제하는 과정이 극도로 복잡하다. 중국은 이 복잡한 공정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비용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 희토류 전문가는 "중국 밖에서 희토류를 정제하려면 비용이 2~3배 더 든다"며 "환경 오염 문제도 심각해 선진국에서는 주민 반대로 공장 건설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 광산은 2002년 환경 문제로 가동을 중단했다가 최근에야 재가동됐지만, 채굴한 원광을 중국으로 보내 가공하고 있다.

◇ 정제 기술 격차가 진짜 문제


G7이 직면한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정제 기술 격차다. 희토류 광산을 개발하는 것과 이를 산업에 활용 가능한 고순도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전기차 모터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자석을 만들려면, 원광에서 네오디뮴을 추출하고, 이를 99.99% 이상의 순도로 정제한 뒤, 철·붕소와 정확한 비율로 합금해야 한다. 각 단계마다 고도의 기술과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이 공정을 완벽하게 마스터했고, 규모의 경제로 원가를 극적으로 낮췄다. 반면 서방 국가들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말레이시아가 JS링크, 라이나스와 협력해 8400억 원을 투자해 연 3000톤 규모의 네오디뮴-철-붕소 자석 공장을 짓고 있지만, 중국의 연간 생산량은 이미 20만 톤을 넘어선다.

◇ 트럼프-시진핑 회담이 보여준 현실


지난달 30일 트럼프-시진핑 회담의 결과가 희토류를 둘러싼 힘의 균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중국은 10월 9일 발표한 희토류 수출 제한 강화 조치를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에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난징대학교 국제학부 학장 주펑은 "중국과 미국은 일시적인 타협에 도달했지만 끝난 것이 아니다"며 "현재 미국이 서방 산업 시스템에 대한 금지의 단기적 충격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중국이 수출을 실제로 금지했다면 서방의 전기차·풍력·국방 산업이 즉각 타격을 받았을 것이고, 이는 정치적으로 트럼프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의미다.

트럼프는 회담 후 희토류에 대해 "장애물이 전혀 없다"고 자랑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언제든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현실을 재확인한 셈이다. 우신보 소장이 "희토류는 중국과 미국 관계에서 중국에게 매우 중요한 카드로 남을 것"이라고 자신한 배경이다.

◇ 중국의 3단계 희토류 전략


중국의 희토류 전략은 교묘하다. 첫째, 완전한 공급 차단은 하지 않는다. 그러면 서방이 패닉에 빠져 정말로 대체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가 유예하는 식으로 '위협'만 지속한다.

둘째, 가격을 전략적으로 조절한다. 서방 기업들이 대체 광산 개발에 나서려 할 때는 가격을 낮춰 경제성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2010년대 초반 희토류 가격 급등으로 여러 서방 기업들이 개발에 나섰지만, 이후 중국이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자 대부분 프로젝트가 좌초됐다.

셋째, 원광 수출은 허용하되 정제·가공은 중국에서만 하도록 유도한다. 미국 마운틴 패스 광산이 대표적 사례다. 이렇게 하면 채굴 단계의 이익은 나눠주면서도 핵심 가치사슬은 계속 장악할 수 있다.

◇ G7 성공 시나리오는?


그렇다면 G7에게 승산이 전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10년 이상의 장기전을 각오하고 일관되게 투자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호주는 이미 리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매장량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국내 처리 능력을 5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캐나다도 우라늄과 희토류 매장량이 풍부하며,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어 장기 투자처로 적합하다.

미국, 일본, 한국 등이 협력해 호주·캐나다의 광산과 말레이시아·베트남의 정제 시설, 한국·일본의 자석 생산을 연결하는 통합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중국 의존도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은 호주와 중요 광물 협력 협정을 체결했고, 말레이시아는 JS링크·라이나스 협력으로 희토류 다운스트림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캐자흐스탄, 몽골 등과 희토류 개발 협력을 추진 중이다.

◇ 장기전은 시작됐지만 중국 우위는 당분간 지속


G7의 희토류 동맹은 중국의 독점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향후 5~10년간은 중국의 지배력이 압도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주펑 학장의 지적대로 "장기적 목표는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과 가치 사슬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이는 여전히 중국과 미국 간 전략적 경쟁의 핵심"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기술 격차, 비용 경쟁력, 환경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40년간 구축한 완전한 생태계를 5년 안에 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경쟁은 반도체에 이어 또 다른 장기 기술 전쟁의 전선이 됐다. 승부는 10년 후에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때까지 중국은 '중요한 카드'를 계속 쥐고 있을 것이고, G7은 묵묵히 대체 공급망을 구축해나갈 것이다. 문제는 서방 국가들이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된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중국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체제적 안정성이기 때문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