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버블 이후 최고 밸류에이션, 연준 정책 불확실성에 복합 위기 직면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5일(현지시각) 배런스는 향후 몇 주간 이 거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지에 따라 시장 운명이 '일시적 조정'과 '장기적 폭락' 사이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거품 경고음: '빅숏'의 베팅과 CAPE 40의 역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 거래와 위험 자산 전반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S&P 500 지수 역시 기술주 중심의 손실을 경험하고 있다. 시장의 이러한 급격한 심리 변화는 이전부터 대형 은행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했던 '빅숏' 투자자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까지 지적했던 AI 섹터의 과도한 밸류에이션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I 핵심 기업의 실적 발표 후 반응은 시장의 냉각된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인 팔란티르(Palantir)는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하고 연간 실적 전망치를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가 약 9% 급락하는 충격을 겪었다. 이는 시장이 더 이상 폭발적인 '성장 모멘텀'만으로는 극단적인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고평가 리스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마이클 버리는 이미 팔란티르와 엔비디아(Nvidia)에 대해 풋옵션(주가 하락 베팅)을 보유한 사실이 공개되며 AI 거품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러한 개별 종목의 밸류에이션 압력은 거시적인 역사적 지표에 의해 뒷받침된다. 경제학자 로버트 쉴러가 제시한 순환 조정 주가수익비율(Cyclically Adjusted Price-Earnings Ratio, CPER 또는 CAPE Ratio)은 최근 1999년 닷컴 버블 이후 처음으로 40에 근접한 수치(2025년 10월 기준 약 39.51)를 기록했다.
CAPE 비율의 역사적 평균이 16~18 수준임을 감안할 때, 현재의 지수는 시장이 닷컴 버블 당시 다음으로 비싼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쉴러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순환적 정점은 일반적으로 향후 10년간 주식시장 수익률이 매우 저조하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경고이다.
물론 낙관론자들은 AI 기술이 아마존, IBM 등 대형 기업의 최근 감원 사례처럼 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구조적인 이익 증가를 가져와 과거와는 다른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팔란티르의 사례가 보여주듯, AI에 의한 미래 생산성 증가 기대가 이미 현재 가격에 지나치게 선반영되어 있다면, 정책 불확실성이 가중될 때 이 구조적 고평가 상태는 '일시적 조정'을 넘어 '장기적 붕괴'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최장기 셧다운발 데이터 공백, 연준 정책의 '안개 속 운전'
AI 주식 매도세를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은 거시경제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10월 1일부터 시작되어 11월 5일 현재까지 38일 이상 지속되며 역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약 90만 명의 연방 직원이 일시 해고되었을 뿐 아니라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에 필수적인 소비자 물가지수(CPI), 생산자 물가지수(PPI), 고용 보고서 등 주요 경제 지표 발표가 마비되었다.
의회예산국(CBO) 분석에 따르면, 이 셧다운은 2025년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을 연간 기준 1.0%p에서 2.0%p까지 감소시키고, 영구적인 경제 손실이 70억(약 10조 원)에서 14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 지표의 공백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에 심각한 '안개 속 운전' 상황을 초래했다. 연준은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여 목표 범위를 3.75%–4.00%로 조정했으나, 데이터 부재로 인해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시장의 확신은 크게 약화되었다.
시카고 연준 총재는 셧다운으로 인해 핵심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연준이 데이터 의존적인 정책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 데이터 공백은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식 지표가 중단된 가운데, 사설 아웃플레이스먼트 기업의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기업 해고 건수가 전월 대비 183% 급증하며 2003년 이래 10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 둔화 우려를 간접적으로 확인시켜주며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에 대한 대법원의 심리를 주시하고 있다.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 다수의 판사가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이 법률이 부여한 범위를 초과했을 수 있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마저 중첩되고 있다.
이처럼 AI 밸류에이션 압력(CAPE) 위에 통화 정책 불확실성(Fed)과 정치적 리스크(셧다운/관세)가 동시에 중첩되면서, 시장은 구조적 붕괴 시나리오에 더욱 취약하게 반응하는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폭락을 피하기 위한 전제 조건, 불확실성 해소 시나리오
현재 AI 주식의 매도세가 '장기적 폭락'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 조정'에 그칠지는 시장 내부의 밸류에이션 논쟁보다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에 달려 있다. 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은 고평가 자체보다 정책 입안자들이 '안개 속에서 운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세 가지 주요 시나리오는 첫째, 정치권의 합의를 통해 최장기 셧다운이 조속히 종료되어야 한다. 셧다운이 풀리면 경제 심리가 회복되고, 연준이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필수적인 인플레이션 및 고용 지표가 재개될 것이다.
둘째, 데이터가 재개된 후 연준이 시장의 기대대로 금리 인하 기조를 지속할 것임을 명확히 확인해 주어야 한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하여 기술주 전반에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셋째,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심리를 마무리하고 관세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거시적 우려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배런스의 분석대로 시장에서 가장 '거품이 많은 부분'인 고평가된 AI 주식 섹터는 변동성을 확대하며 계속해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Wall Street)의 지배적인 견해는 한국 투자자들이 AI 기술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쉴러 CAPE 비율이 경고하는 구조적 고평가 리스크와 더불어 미국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을 신중하게 관찰하며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시장은 일시적 하락인지 구조적인 붕괴인지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경계점에 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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