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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조선기술로 美 쇠퇴 조선업 살린다…핵기술 이전·숙련공 부족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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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조선기술로 美 쇠퇴 조선업 살린다…핵기술 이전·숙련공 부족이 관건

트럼프 '한화 핵잠수함' 승인…필라델피아 조선소에 7조원 투입, 연 20척 생산
한화오션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선업 부활 계획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사진=한화 필리조선소.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선업 부활 계획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사진=한화 필리조선소.
한국 조선 대기업 한화오션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선업 부활 계획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10(현지시각) 한화가 50억 달러(72800억 원)를 투입해 필리조선소 생산량을 연 20척으로 늘리는 계획을 보도하면서도 핵 기술 이전과 인력 부족이 과제라고 전했다.

美 조선업 재건 교두보로 떠오른 필리조선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건조 장소로 직접 언급했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1억 달러(1450억 원)에 인수한 이 조선소는 독립선언 이전부터 존재한 역사적인 곳으로 미국 해군 창설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외국 조선업체와 경쟁에서 밀리며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연간 단 한 척의 상선만 생산하고 있다. 이는 한화오션이 한국에서 일주일 동안 생산하는 양과 비슷하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 선박 생산량의 1%에도 못 미친다. 중국은 미국보다 230배 이상 많은 선박을 건조하며 세계 최대 생산국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는 필라델피아 조선소 생산량을 최대 20척으로 늘리고 인력을 수천 명 늘릴 계획이다. 새로운 중량 크레인과 로봇, 교육 시설을 추가하는 현대화 작업도 진행한다. 한화 방위산업 부문에서 필라델피아 조선소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긴 데이비드 김은 "목표는 한국 접근 방식을 필라델피아에 접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조선업 부활 계획은 한국의 도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가장 강력한 조선업 경쟁국이자 워싱턴의 긴밀한 동맹국인 한국은 미국 무역 협상에서 해양 파트너십을 결정적 요소로 활용했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 관계자들은 미국 측에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이 적힌 빨간 모자를 수여하기도 했다.

핵 기술 이전과 인력 부족 난제


한화는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한 경험이 없으며, 미국은 동맹국을 포함해 핵 기술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 이후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와 의원들조차 필리조선소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며 한국에서 잠수함을 더 빨리 건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한국 해군에 인도될 핵추진 잠수함의 경우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기술 역량, 인력, 시설 측면에서 상당한 미흡함"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산화가 합리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조선소 인력 확보도 과제다. 올해 한화의 다년간 견습 프로그램 지원자가 3배 증가했지만 수백 명의 지원자가 각 그룹별로 제공되는 25개 자리 중 하나를 찾고 있다. 필리조선소 견습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메건 하일먼은 올해 120명 이상의 견습생이 입사할 예정이며 향후 몇 년 안에 매년 500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법률은 미국 외부에서 미군 또는 상선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에 대한 이런 장애물 일부를 완화하는 내용이 지난 8월 제안된 하원 법안에 포함됐다. 이 법안 발의자 중 한 명인 하와이 출신 민주당 의원 에드 케이스는 "왜 우리가 서로 돕지 말아야 할까"라고 말했다.

·중 경쟁 속 부상하는 한·미 조선 동맹


한화의 해운 자회사는 지난 여름 중거리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12척을 발주하면서 필리조선소에 큰 도움을 줬다. 이는 수십 년 만에 미국에서 단일 발주로는 최대 규모다. 첫 선박 인도 목표는 2028년이다.

올해 초 한국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조선업계 관계자를 만난 일리노이주 민주당 상원의원 태미 덕워스는 "우리가 선박을 충분히 빠르게 건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 같은 선도적 조선 국가와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최고 전략 책임자 알렉스 웡은 "새로운 기술과 미국 노동자에 대한 투자,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다시 한번 첨단 상업 및 해군 건설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필리조선소 주변 지역에서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가 전했다. 한화는 10년 안에 미국에서 매년 2~3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생산한다는 내부 목표를 갖고 있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필리조선소가 성공한다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미국 조선소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지속력과 대규모 인력 유입, 막대한 자금력이 필요하다고 WSJ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