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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싱 랠리' 끝났나… 글로벌 시장 ‘에브리싱 버블’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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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싱 랠리' 끝났나… 글로벌 시장 ‘에브리싱 버블’ 공포 확산

펀드매니저 대다수 증시 ‘과대평가’ 진단…작은 충격에도 버블 붕괴 우려
2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글로벌 증시가 지난 한 주 동안 인공지능(AI) 관련 밸류에이션 부담 속에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한때 시장을 지배했던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의 시대가 저물고 ‘에브리싱 버블(Everything Bubble)’의 시기가 도래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주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시장 전반의 매도세가 잠시 진정되는 듯했지만,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지난 20일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고 엔비디아도 실적 발표 직후의 ‘반짝’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연일 급락하며 최근 미국 기술주의 ‘선행 지표’로 부각된 비트코인이 지난 주말 사이 반등했지만, 24일(현지시각) 거래에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에브리싱 버블’ 논란


AI 관련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버블 단계에 진입했는지에 대한 논쟁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수조 달러 단위의 AI 투자로 목표 수익을 실제로 달성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댄 핸버리 글로벌 주식 전략 운용 담당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AI 거품 여부는 “지금 시장의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지만, 가격 왜곡은 AI 분야를 넘어 훨씬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발 물러서서 밸류에이션을 들여다보면, 미국 시장에 거품이 없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증시 곳곳에서 여러 경고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핸버리는 “우리는 흔히 말하는 ‘에브리싱 버블’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이는 부채 담보 상품, 채권시장 및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며, 그것이 주식 가치 평가로 이어져 결국 ‘에브리싱 버블’을 만들어 냈다”고 덧붙였다.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이달 실시한 설문에서, 475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172명의 펀드매니저 대다수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응답했다. 유럽의 방산주 및 글로벌 금융주 등 올해 큰 폭으로 오른 업종의 밸류에이션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또한 잠재적 부채 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투자자들도 있었다.

영국 자산운용사 래스본스(Rathbones)의 올리버 존스 자산 배분 책임자는 CNBC에 “현재 시장이 ‘에브리싱 버블’ 상태라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작은 변화가 버블 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 특히 기술주와 AI 투자 수혜주로 간주되는 기업들의 주가는 과거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25년 전 닷컴버블 정점과 달리 지금은 주식 전반이 일률적으로 고평가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존스는 과거 광범위한 투기적 과열을 나타내던 대표적 신호들인 주식 발행 급증이나 M&A(인수합병) 거래 폭증 등의 현상이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최근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수 기회일까


모닝스타의 마이클 필드 수석 주식전략가는 CNBC에 “버블 위험을 전혀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이미 버블이 형성됐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도 우리가 보기에 현재 ‘에브리싱 버블’ 상태에 놓여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이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헤드라인 수치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드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미국 주식이 모닝스타가 산정한 적정가치 대비 약 5% 할인된 수준에서 거래됐고, 유럽 시장 역시 약 3% 할인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다소 보수적이며 지난 몇 년 동안 시장이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시점도 많았다”며 “물론 ‘경고 신호’도 있고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이나 기업 자체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빅테크와 관련해서는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고평가됐다고 진단한 반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