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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중소 소매업계, 트럼프 관세 여파에 연말 대목 ‘재고 부족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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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중소 소매업계, 트럼프 관세 여파에 연말 대목 ‘재고 부족 대란’

지난 2021년 11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켄터키주 심슨빌의 한 매장에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1년 11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켄터키주 심슨빌의 한 매장에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중소 소매업체들이 연말 최대 쇼핑 시즌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 정책으로 인해 심각한 공급망 혼란과 재고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뉴욕 소재 수면·웰니스 브랜드 로프티의 매트 해셋 창업자는 “준비가 너무 어려웠다”며 “지금 확보한 재고는 필요 물량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프티는 주요 제품인 해돋이 램프와 스마트폰 없는 알람시계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180%의 고율 관세를 부고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이후 이를 20%로 낮췄다. 이로 인해 업체들은 중국 대신 태국 등 대체 국가로 생산지를 옮기려 했지만 오히려 생산비 상승으로 인해 다시 중국 제조업체로 돌아가는 경우가 속출했다. 로프티 역시 최종적으로 중국 공급망을 유지했지만 그 과정에서 주문이 지연돼 연말 대목을 앞두고 치명적인 재고 부족을 겪고 있다.

미국 소매업계에서 11월과 12월은 연간 수익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기간이다. 하지만 올해는 관세 불확실성 속에 주문 타이밍을 놓친 중소 소매업체들이 다수 발생해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시즌의 상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여행용 가방 브랜드 로앤선스도 인도, 캄보디아 등 8개국에서 대체 공장을 물색하다 결국 기존의 중국 공급처로 복귀했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데릭 로 최고경영자(CEO)는 “막대한 관세 비용 외에도 불확실성 때문에 주문 자체를 제때 넣지 못했다”며 “지금 보유한 재고는 매우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자금력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관세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 소매업체들은 여력이 부족하다.

시장조사기관 래피드레이팅스에 따르면 총자산 5000만 달러(약 736억 원) 미만의 중소 소매업체들은 평균 영업이익률이 –20.7%로 추락했고 이 가운데 36%는 파산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대형 업체의 경우 같은 기준에서 12%에 그쳤다.

일부 업체들은 관세 회피를 위해 대량 주문을 서둘렀지만 이 역시 소비심리 위축으로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로이터가 인터뷰한 미국의 중소 소매업체 12곳 이상이 관세 부담으로 인해 직원 감축이나 제품 라인 축소에 나섰다고 밝혔다.

뉴욕의 보석 브랜드 하우스 오브 브릴리언스는 인도가 부과하는 50%에 달하는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일부 생산을 태국과 미국으로 옮겼으며 최근 태국 생산 제품 첫 물량이 도착했지만 모닐 코타리 CEO는 “이번 연말 시즌과 내년 초에도 품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프티의 해셋 대표도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한 선적이 간신히 도착했지만 판매 기회를 놓친 부분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충분한 재고가 있었다면 매출을 50% 더 끌어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