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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는 고점인가"…150조 원 증발하며 감행한 손정의의 'AGI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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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는 고점인가"…150조 원 증발하며 감행한 손정의의 'AGI 도박'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전량 매도 후 오픈AI에 '올인'…주가는 한 달 새 40% 폭락
'확실한 1등(칩)' 버리고 '불확실한 미래(모델)' 선택…Arm과 시너지 노린 'AI 제국' 승부수인가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AI 투자계의 승부사'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이 또다시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번엔 매수가 아니라 '매도'가 문제였다. 그가 AI 시대의 가장 확실한 수혜주인 엔비디아(NVIDIA) 지분을 전량 처분하고, 그 돈으로 비상장 기업인 오픈AI에 '올인'하자 시장은 공포로 반응했다고 닛케이가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주가는 지난 28일 도쿄 증시에서 1만 6825엔으로 마감했다. 지난 10월 29일 기록한 상장 후 최고가(2만 7695엔) 대비 불과 한 달 만에 39%나 폭락했다. 이 기간 증발한 시가총액만 16조 엔(약 150조 원)에 달한다.

"곡괭이(엔비디아)는 팔고 금광(AGI)으로 간다"


손 회장의 포트폴리오 재편은 단순한 종목 교체가 아니다. 이는 AI 산업의 부가가치가 '하드웨어 인프라'에서 '소프트웨어/모델'로 이동할 것이라는 그의 강력한 베팅을 시사한다.

SBG는 최근 엔비디아 주식 58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어치와 미국 통신사 T모바일 주식 91억 7000만 달러(약 13조 400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그리고 그 실탄을 오는 12월 오픈AI 추가 출자(225억 달러)에 쏟아붓는다. 기존 지분을 합치면 SBG는 오픈AI 지분 약 11%를 확보,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은 핵심 대주주가 된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기서 기인한다. 엔비디아는 눈에 보이는 실적과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현재의 황제'다. 반면 오픈AI는 구글 '제미나이 3' 등 경쟁자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으며, 수익 모델이 완성되지 않은 '미래의 권력'일 뿐이다. 시장은 손 회장이 "가장 안전한 자산(상장주)을 팔아 가장 위험한 자산(비상장주)을 샀다"고 판단하며 매도 버튼을 눌렀다.

왜 하필 지금인가?…'Arm + OpenAI'의 큰 그림


하지만 손 회장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그의 시선이 'Arm(암)'에 꽂혀 있다고 분석한다. SBG 자산의 핵심인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은 AI 칩의 기본 설계도를 쥐고 있다.

손 회장의 구상은 'Arm의 저전력 설계 기술'과 '오픈AI의 초거대 두뇌'를 결합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춘 독자적인 'AI 반도체-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엔비디아 주식을 판 것은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향후 엔비디아와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는 독자 노선을 걷기 위한 '‘자금 마련'이자 '이해관계 정리'일 수 있다.

SMBC닛코증권의 기쿠치 사토루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AI 거품론을 우려하며 냉정을 되찾는 시점에, SBG가 불확실성이 큰 비상장 자산 비중을 늘린 것이 투심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역습과 위워크의 악몽


리스크는 분명하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제미나이 3'가 호평받으며 오픈AI의 기술적 해자(Moat)가 영원하지 않음이 증명됐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조차 경쟁작을 칭찬해야 할 만큼 기술 경쟁은 살벌하다.

만약 오픈AI가 구글이나 앤스로픽 등에 밀려 '승자 독식'에 실패한다면, 손 회장의 이번 베팅은 과거 '위워크(WeWork)' 투자 실패를 능가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9월 말 기준 SBG의 자산 중 상장 주식 비중은 69%로 떨어졌다. 자산의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엔비디아는 고점? 손정의의 촉은 맞을까


시장의 관심은 손 회장이 엔비디아를 '고점'이라고 판단했는지 여부다. 그는 과거 엔비디아 주식을 너무 일찍 팔아 수조 원의 이익을 놓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이번 매각이 "두 번의 실수는 없다"는 확신에 찬 결정인지, 아니면 또다시 '너무 이른 하차'가 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오픈AI의 장외 기업 가치는 5000억 달러(약 734조 원)로 추산된다. 상장 시 1조 달러(약 1400조 원)를 넘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거품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하다. 150조 원의 시총을 날리며 감행한 손정의의 'AGI(일반인공지능) 도박'. 주사위는 던져졌고, 시장은 숨죽여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