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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미디어텍, 구글 'TPU DNA' 심는다…차세대 모바일 AP 효율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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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미디어텍, 구글 'TPU DNA' 심는다…차세대 모바일 AP 효율 혁신

구글 '아이언우드' 설계 동참…40억 달러 '잭팟' 터트려
서버용 전력 기술 '디멘시티 9600'에 이식…효율 극대화 승부수
미디어텍이 구글의 차세대 AI 가속기 'TPU v7' 설계 참여로 확보한 서버급 기술력을 차세대 모바일 AP '디멘시티 9600'에 이식한다. 미디어텍은 고도화된 전력 제어 기술을 통해 모바일 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미디어텍이 구글의 차세대 AI 가속기 'TPU v7' 설계 참여로 확보한 서버급 기술력을 차세대 모바일 AP '디멘시티 9600'에 이식한다. 미디어텍은 고도화된 전력 제어 기술을 통해 모바일 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구글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TPU v7 아이언우드(Ironwood)'가 엔비디아(NVIDIA)의 블랙웰(Blackwell) GPU를 위협할 최초의 실질적인 주문형 반도체(ASIC)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지각 변동 속에서 구글의 설계 파트너로 참여한 대만 미디어텍(MediaTek)의 행보가 반도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디어텍이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축적한 설계 노하우를 자사의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SoC)인 '디멘시티 9600(Dimensity 9600)'의 효율성 극대화에 적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1일(현지 시각)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의 아이언우드 TPU v7은 AI 워크로드의 핵심인 행렬 연산과 추론 작업에서 엔비디아 GPU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이면서도 총소유비용(TCO)은 낮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디어텍은 이 프로젝트에서 입출력(I/O) 모듈 설계를 담당하며 기술적 역량을 입증했으며, 이는 향후 모바일 AP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구글 '아이언우드', 엔비디아 독주 막을까


구글 TPU v7 아이언우드를 둘러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그 아키텍처의 혁신성에 있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TPU v7은 듀얼 칩렛(Dual-chiplet) 설계를 채택했다. 각 칩렛은 '텐서코어(TensorCore)'를 내장하고 있으며, 이는 시스톨릭 어레이(Systolic Array)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시스톨릭 어레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요구되는 읽기 및 쓰기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신경망 학습과 추론 등 AI 워크로드의 중추인 행렬 곱셈 연산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또한 AI 모델에 필수적인 활성화 함수(ReLU 등)와 정규화 작업을 처리하는 벡터 처리 장치(VPU)와 행렬 곱셈을 전담하는 MXU(Matrix Multiply Unit)가 탑재되어 범용 연산 능력까지 확보했다.

주목할 점은 '스파스코어(SparseCore)'의 존재다. 칩렛당 2개씩 탑재된 스파스코어는 대규모 범주형 데이터를 작고 밀집된 벡터로 변환하는 임베딩(Embedding) 과정 등 불규칙하고 데이터 의존적인 메모리 접근이 필요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이는 현대 AI 연산의 필수적인 단계다.

메모리와 연결성 측면에서도 진일보했다. TPU v7은 96GB의 HBM을 탑재했으며, 두 칩렛은 기존 1차원 칩 간 연결(ICI)보다 6배 빠른 '다이-투-다이(D2D)' 인터커넥트로 연결된다. 확장성 또한 강력하다. 단일 TPU 랙(Rack)은 64개의 칩이 ICI로 연결되어 '큐브(Cube)'를 형성하며, 각 칩은 1.2 TB/s의 양방향 대역폭을 확보한다. 나아가 광회로 스위치(OCS) 네트워크를 통해 다수의 큐브를 연결, 총 9216개의 칩과 144개의 큐브로 구성된 거대 '슈퍼팟(Superpod)' 구축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적 사양을 바탕으로 아이언우드는 거대 기초 모델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는 AI 산업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경쟁력을 갖췄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와 대등한 수준의 추론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비용 효율성은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디어텍, 구글 잡고 40억 달러 '잭팟'


이처럼 강력한 구글의 하드웨어 전략 중심에 미디어텍이 있다. 지난 3월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차세대 TPU의 I/O 모듈 설계를 미디어텍에 맡겼다. 이는 수년간 브로드컴(Broadcom)과 긴밀히 협력해 온 구글의 기존 전략에서 선회한 것으로, 미디어텍의 설계 역량이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사) 시장에서 인정받았음을 시사한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최근 추정치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구글과의 이번 차세대 TPU 협업을 통해 약 40억 달러(약 5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서버급 고성능 AI 반도체 설계 경험을 내재화했다는 점이 미디어텍의 가장 큰 자산이다.

서버 기술 모바일로…'디멘시티 9600' 승부수


업계 전문가들은 미디어텍이 구글 TPU 프로젝트에서 얻은 경험을 차세대 모바일 AP인 '디멘시티 9600'에 적용해 효율성을 대폭 개선할 것으로 분석한다. 물론 서버용 ASIC와 모바일 AP는 설계 목적과 환경이 본질적으로 다르기에 모든 경험을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력 관리와 효율성 측면에서의 반복적인 개선(Iterative improvements)은 충분히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미디어텍은 더 정교한 '전력 게이팅(Power Gating)' 전략을 디멘시티 9600에 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칩 내부의 특정 I/O 블록이 사용되지 않을 때 이를 더 공격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방식이다. 또한 '전압 스케일링(Voltage Scaling)' 기술을 고도화하여 AP가 가장 효율적인 전압 양자(Quantum)를 소비하도록 유도, 전체적인 전력 소비 지표를 개선할 수 있다.

기존의 '클럭 게이팅(Clock Gating)' 전략 역시 수정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차세대 칩의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더 공격적인 전력 예산 운용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미세 조정은 미디어텍의 모바일 AP 아키텍처 전략 변화와 맞물려 더욱 중요하다. 미디어텍은 최근 모바일 AP 설계에서 저전력 효율 코어를 배제하고 고성능 코어 위주로 구성하는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효율 코어가 없는 상황에서 전체 칩의 전력 효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칩셋 전반의 미세한 전력 관리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디어텍은 모바일 칩뿐만 아니라 자체 AI 칩 개발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TPU 개발 경험은 자체 AI 칩 설계에 직접적인 자산이 되겠지만, 당장은 모바일 AP인 디멘시티 9600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구글과의 협업이 서버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됨과 동시에, 본업인 모바일 시장에서의 기술적 해자(Moat)를 구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구글의 아이언우드 프로젝트는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구글의 야심과, 모바일 및 AI 반도체 시장의 리더로 도약하려는 미디어텍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2025년 하반기 이후 출시될 디멘시티 9600이 과연 서버급 설계 노하우를 바탕으로 모바일 효율성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