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마진율 75% 독식에 클라우드·앱 기업은 '속빈 강정'…수익 불균형 심화
구글·오픈AI "더는 못 참아" 脫엔비디아 선언…2026년은 '거품 붕괴' 분수령
구글·오픈AI "더는 못 참아" 脫엔비디아 선언…2026년은 '거품 붕괴'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
2022년 말 챗GPT(ChatGPT)의 등장을 기점으로 지난 3년간 글로벌 기술 시장을 지배해온 인공지능(AI) 열풍의 현주소를 이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연산(Compute), 저장, 네트워크, 전력 설비 등 모든 인프라 영역이 AI라는 테마 아래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빅테크 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AI 대형 인프라' 투자를 천명하고 나섰음에도 시장은 되레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이른바 'AI 버블론'의 대두다.
산업의 한쪽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쓸어 담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생존을 위해 광기 어린 자금 조달에 매달리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일까. 본지는 3일 해통(海豚·Haitong) 리서치의 분석을 토대로 AI 산업 밸류체인의 기형적인 수익 구조와 이로 인한 거품의 실체를 해부했다.
'100원' 벌면 125원 엔비디아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의 수익 구조를 단순화해 '100원' 모델로 분석해보자. CSP가 AI 클라우드 서비스로 100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할 때, 데이터센터 운영비용 10원과 기타 원가를 제외한 장부상 영업이익은 약 35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착시(錯視)에 가깝다. 100원의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선행 자본지출(Capex)은 감가상각 5년을 기준으로 할 때 약 175원에 달한다. 이 중 70% 이상인 125원이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비용, 즉 엔비디아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결국 클라우드 업체들은 장부상으로는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막대한 현금 유출을 감내하며 엔비디아의 설비를 사들이는 '가불(假拂) 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구글이나 메타 같은 현금 부자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존 캐시카우 사업으로 번 돈을 쏟아부어도 감당이 안 될 만큼 상류층(엔비디아)으로의 부의 이전이 심각하다.
엔비디아 '폭리', 오픈AI '출혈'
이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한 엔비디아는 그야말로 무풍지대다. 칩 마진율이 75%에 달해 원가 대비 4배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 반면, 밸류체인의 최하단에서 실제 AI 혁명을 주도하는 오픈AI(OpenAI)의 사정은 처참하다.
오픈AI의 2025년 상반기 재무 상황을 분석한 결과, 클라우드 비용으로 100원을 지출할 때 거둬들이는 매출은 고작 96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 등을 더하면, 100원을 쓸 때마다 고스란히 100원 이상의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오픈AI의 2025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50% 성장한 130억 달러(약 19조 원)로 예상되지만, 적자 규모는 150억 달러(약 22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분법 손실 등을 고려하면 연간 환산 적자폭은 300억 달러(약 44조 원)를 넘어선다. 비싼 '금삽(GPU)'을 사서 열심히 땅을 파고 있지만, 정작 나오는 것은 흙뿐인 형국이다.
구글·오픈AI의 '탈(脫)엔비디아'
기형적인 수익 배분 구조는 결국 생태계 내부의 전쟁을 촉발했다. 칩 공급사, 클라우드 기업, 모델 개발사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수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에 사활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CoreWeave), 네비우스(Nebius) 등 신생 클라우드 기업들을 육성하며 빅테크(CSP) 견제에 나섰다. 자사 칩을 우선 공급하고 지분 투자를 단행해 이들을 자신의 '충실한 대리점'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거대 고객사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다.
이에 맞서 빅테크들은 '탈(脫) 엔비디아'를 위해 자체 칩(ASIC)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의 TPU, 아마존의 트레이니엄(Trainium)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앤스로픽(Anthropic)은 엔비디아 칩 없이 아마존의 인프라만으로 최첨단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독점적 가격 결정권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다.
오픈AI 역시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을 꾀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향후 2~3년, 혹은 5~6년 내에 연산 능력(Compute)의 공급 과잉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공급 과잉을 유도해서라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칩 가격을 끌어내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2026년 '묻지마 투자' 끝난다
지금까지의 AI 투자가 '묻지마 인프라 구축'이었다면, 다가올 2026년은 철저한 '실적 검증'의 해가 될 것이다.
시장의 무게중심은 상류(칩 제조)에서 하류(응용 서비스)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가 누려온 '고성장+고밸류'의 이중 수혜(Davis Double Play)는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구글 등 주요 고객사들은 자체 칩을 무기로 엔비디아를 압박하며 가격 인하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향후 AI 투자의 핵심 포인트는 '연산 능력의 구조적 과잉'과 '산업 이익의 하향 이동'이다. 칩 가격이 하락하고 인프라 비용이 낮아져야만 비로소 AI 응용 서비스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그때가 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AI 대중화와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다. 엔비디아라는 '금색 독약(Golden Poison Pill'’을 해독하지 못한다면, AI 산업의 건전한 성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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