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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해외 파생상품서 연 4500억 손실…금감원 "사전교육 의무화"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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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해외 파생상품서 연 4500억 손실…금감원 "사전교육 의무화" 초강수

이찬진 원장 "이벤트성 마케팅 억제하라"…15일부터 교육·모의거래 필수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정준범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정준범 기자


금융감독원이 해외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긴급 조치를 15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해외 파생상품 투자자의 연평균 손실액이 4490억 원에 달하는 등 피해 규모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7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고위험 해외파생·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부추기는 이벤트성 마케팅을 억제하라"고 임직원에게 주문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 보호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시장 상승기에도 손실 지속…구조적 문제 지적
금감원 분석 결과, 해외 파생상품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연평균 약 449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시장 등락과 무관하게 손실이 반복됐다는 사실이다. 나스닥이 33.1% 폭락한 2022년은 물론, 43.6% 상승한 2020년과 43.4% 오른 2023년에도 개인투자자 손실은 계속됐다.

해외 파생상품 거래의 82.5%를 개인투자자가 차지하고 있으며, 변동성이 커질수록 거래가 더욱 활발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이를 "변동성 장세에서 단기 수익을 노리다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 레버리지·복리효과로 손실 증폭


해외 고위험 상품의 위험 구조는 일반 주식 투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해외 파생상품(선물·옵션)은 레버리지 구조상 가격 변동성이 크고 원금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가 예치한 증거금이 유지증거금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마진콜을 발동한다. 투자자가 추가 증거금을 납입하지 않거나 시세가 급변하면 동의 없이 반대매매가 집행돼 손실이 확정된다.

예상치 못한 환율 변동도 손실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원화 기준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 레버리지 ETP(ETF·ETN)는 국내 투자자 보유액이 10월 말 기준 19조4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0년 이후 매년 급증하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 수익률에 추적배수를 곱한 구조로, 변동성이 확대되면 손실이 급격히 불어난다. 특히 기초자산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면 '복리효과'로 인해 누적 수익률이 기초자산 수익률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장기 투자 시 예상치 못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구조다.

■ 사전교육·모의거래 의무화…차등 적용


금감원은 15일부터 해외 고위험 상품 투자자 보호 방안을 전면 시행한다. 해외 파생상품을 처음 거래하는 일반 개인투자자는 최소 1시간 이상의 사전교육과 3시간 이상의 모의거래를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해외 레버리지 ETP 신규 투자자도 1시간 이상의 사전교육이 의무화된다.

사전 교육은 동영상으로 진행되며, 금융투자협회 학습 시스템을 통해 수강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투자자의 투자성향, 연령, 거래 경험 등을 고려해 교육 및 모의거래 시간을 차등 적용할 예정이다.

■ 무분별한 마케팅 억제 및 리스크 관리 강화

이찬진 원장은 지난달 27일 회의에서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경로 불확실성 △AI 과잉투자 우려 △부동산 시장 불안 등을 꼽았다. 특히 증권사의 이벤트 마케팅과 관련해 증권사별 신용공여 한도와 취급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국내외 금융시장 급변동 시 반대매매·마진콜 등이 발생할 수 있는 투자현황·파급경로 등을 면밀히 점검하라"며 "이상징후 발생 시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과도한 마케팅에 현혹되지 말고 상품 구조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한 후 투자해야 한다"며 "향후 증권사의 투자자 보호 관리 체계에 대한 실태 점검을 강화하고, 필요시 소비자경보를 발령하는 등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