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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역풍에 은행계 카드사 수익성 후퇴…삼성·현대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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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역풍에 은행계 카드사 수익성 후퇴…삼성·현대 약진

2021년 이후 기업계가 앞서며 4년 만에 역전
고금리 국면, 취약차주 늘면서 비용 압박
기업계 카드사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은행계 카드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기업계 카드사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은행계 카드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카드·현대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가 수익성과 건전성 양면에서 은행계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경기 둔화 국면에서 카드론 등 대출성 자산을 확대한 은행계와 달리, 기업계는 신용판매(신판) 자산 중심의 성장과 보수적 여신심사를 유지한 전략이 실적 격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8일 여신업계와 나이스신용평가 분석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기업계 카드사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7%로, 은행계 카드사(1.2%)를 0.5%포인트 상회했다. 2017년까지는 은행계 ROA가 기업계보다 0.9%포인트 높았지만, 2021년 이후 기업계가 역전에 성공하며 4년 만에 판도가 바뀌었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 배경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차이가 지목된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신판 자산 중심의 본업 구조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온 반면, 신한카드·KB국민카드·하나카드·우리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대출성 자산과 할부·리스 자산 비중을 확대해왔다.

최근 5년간 평균 대출성 자산 비중을 보면 롯데카드(PEF계)가 45.7%로 가장 높았고, 은행계 카드사는 40.7%, 기업계 카드사는 31.4% 수준에 그쳤다. 기업계는 대출성 자산 확대를 최소화하는 대신 신판 자산을 2배 이상 빠르게 늘리며 외형 성장과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달성했다.
건전성 지표에서도 기업계 카드사의 우위는 뚜렷하다. 2025년 9월 말 기준 연체율은 삼성카드·현대카드가 1.1%로, 신한카드·KB국민카드·하나카드·우리카드(1.9%)와 롯데카드(2.4%)를 크게 하회했다. 특히 기업계 카드사들은 연체채권 상·매각이나 대환대출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점이 특징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이러한 차이의 배경으로 여신심사의 보수성을 지목했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신판, 카드론, 리볼빙 등 전 자산군에서 차주 평균 신용점수가 은행계 및 롯데카드보다 높았고, 연체 발생 규모 자체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충당금적립률 역시 기업계 카드사가 최근 7년 평균 약 400%로 업권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수익성 격차는 카드손익 자체보다 비용 구조에서 더욱 벌어졌다. 경기 둔화 이후 은행계 카드사와 롯데카드는 대손비용률이 빠르게 상승한 반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판관비와 기타 비용 구조 차이까지 더해지며 그룹 간 ROA 격차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PEF계 카드사인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카드론과 부동산 PF 등 위험자산을 확대하며 단기 수익성을 끌어올렸지만, 2023년 이후 경기 둔화 국면에서 연체율이 급등하며 ROA가 0%대로 하락한 점도 눈에 띈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이번 실적 차별화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진단했다. 고금리 기조와 가계부채 부담이 장기화되는 환경에서는 삼성·현대처럼 신판 중심의 사업 구조와 리스크 완충력을 우선하는 카드사가 상대적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은행계 카드사의 수익성 회복 여부는 대출성 자산 확대를 통한 단기 방어보다는 자산 구성 조정과 비용 구조 개선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향후 실적 격차의 축소 여부는 각 카드사의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가 관건”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