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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인가, 과욕인가"… 아이폰 넘으려다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 '비운의 명작' 6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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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인가, 과욕인가"… 아이폰 넘으려다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 '비운의 명작' 6선

美 CIO닷컴, 시장 요구 외면한 스마트폰 실패 사례 집중 분석… 삼성 노트7·아마존 파이어폰, '차별화 강박'이 부른 참사 재조명
"기술 과시보다 사용자 경험(UX) 최적화가 기업 생존 열쇠"
페이스북(현 메타)이 HTC와 협력해 만든 'HTC 퍼스트' . 사진=HTC이미지 확대보기
페이스북(현 메타)이 HTC와 협력해 만든 'HTC 퍼스트' . 사진=HTC
2026'AI(인공지능) ' 대중화 원년을 앞두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기술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혁신은 독()이다."라는 경고가 나온다. 과거 아이폰의 아성을 넘기 위해 무리한 차별화를 시도하다 시장에서 퇴출당한 제품들이 이를 증명한다.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CIO닷컴은 22(현지시각) '세상을 바꿀 뻔했으나 실패한 획기적인 스마트폰 6'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삼성전자, 아마존, 블랙베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기술 과시'에만 집착하다 겪은 실패 사례를 분석했다. 이는 현재 AI 기능을 앞다퉈 탑재하고 있는 제조사들에 새로운 폰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과도한 기술 집착, 소비자에게 피로감 유발


CIO닷컴이 꼽은 대표적인 실패 원인은 '불필요한 고스펙''설익은 신기술'이다. 세계적인 카메라 제조사 레드(RED)2018년 내놓은 '하이드로젠 원(Hydrogen One)'이 대표 사례다. 이 제품은 안경 없이 3차원(3D) 영상을 볼 수 있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탑재해 주목받았다. 당시 출고가는 1300달러(190만 원)에 달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혁신이라 자부했던 홀로그램 화면은 오히려 독이 됐다. 안경 없이 입체감을 주겠다며 화면 픽셀을 인위적으로 조작했는데, 이것이 사람의 눈 초점을 흐리게 만들어 심한 멀미와 두통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CIO닷컴은 이를 두고 "실질적인 기능이라기보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얄팍한 상술(Gimmick·기믹)에 불과했다""어설픈 3D 효과를 구현하느라 정작 스마트폰의 기본인 화면 밝기와 선명도마저 놓친 것이 결정적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2014년 출시한 '파이어 폰(Fire Phone)'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아마존은 사용자 시선을 추적해 화면 깊이감을 조절하는 '다이내믹 퍼스펙티브' 기능을 위해 전면에만 카메라 5개를 탑재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를 신기해하기보다 굳이 필요 없는 기능으로 여겼다. 게다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사용할 수 없는 폐쇄적인 앱 생태계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650달러(90만 원)였던 가격은 출시 1년도 안 돼 헐값에 팔려나갔다.
세상을 바꿀 뻔했으나 실패한 획기적인 스마트폰 6선. 도표=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상을 바꿀 뻔했으나 실패한 획기적인 스마트폰 6선. 도표=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


기본기 망각과 앱 생태계의 부재


기본적인 성능 결함이나 소프트웨어 생태계 부족으로 무너진 거인들도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이 명단에 올랐다. 2016년 출시된 노트7은 홍채 인식과 방수·방진 등 당시 최고의 기술을 집약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얇은 디자인에 고용량 배터리를 무리하게 담으려다 발생한 설계 결함이 화근이었다. 잇따른 발화 사고로 전량 리콜과 단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블랙베리의 첫 터치스크린 스마트폰 '스톰(Storm)'은 아이폰을 의식해 급조한 티가 역력했다. 화면을 누를 때마다 기계적인 클릭 느낌을 주는 '슈어프레스(SurePress)' 기술을 도입했으나, 터치 감도가 떨어지고 오작동이 잦아 소비자 불만이 폭주했다. 당시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와이파이 기능을 제외하고 출시한 점도 악재로 작용해, 반품률이 100%에 육박하는 굴욕을 맛봤다.

노키아의 몰락을 가속한 '루미아 1020'4100만 화소라는 압도적인 카메라 성능을 갖췄지만, 운영체제(OS)인 윈도우폰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필수 앱조차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윈도우 생태계에서 고성능 카메라는 무용지물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노키아를 인수한 뒤 모바일 사업을 접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페이스북(현 메타)HTC와 협력해 만든 'HTC 퍼스트' 역시 소비자가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오판한 사례다. 스마트폰의 모든 환경을 페이스북 중심으로 꾸몄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담긴 기기가 특정 소셜미디어에 종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다름이 곧 혁신은 아니다


CIO닷컴은 이번 분석을 통해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실패한다"는 교훈을 강조했다. 성공적인 제품은 제조사가 보여주고 싶은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구현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특히 갤럭시 노트7 사태를 겪은 삼성전자는 이후 '안전''기본기'를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신뢰를 회복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과거의 실패 사례가 '기술적 우위'보다 '사용자 효용'이 우선한다는 시장의 진리를 보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2026년 반도체와 AI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폼팩터 경쟁이 예고된 시점에서, 기업들은 기술 과시보다 사용자의 실질적 불편을 해소하는 '경험의 최적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