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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황금시대” 현실화됐나…美 경제 성장, 상위 10% 소비에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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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황금시대” 현실화됐나…美 경제 성장, 상위 10% 소비에 쏠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첫해를 맞아 ‘경제적 황금시대’를 선언했지만 이같은 성장의 과실은 미국 사회 전반이 아니라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각)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상위 소득자 10%는 올해 상반기까지 20조3000억 달러(약 3경60조 원)를 소비해 나머지 90% 전체 소비액인 22조5000억 달러(약 3경3320조 원)에 근접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캐나다 최대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가 집계한 수치다.

이같은 소비 확대는 주식시장 강세와 부동산 가격 상승, 고소득층 임금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상위 고객 계좌 보유자의 실질 소득은 지난 1년간 4% 늘어난 반면, 저소득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1.4%에 그쳤다.

이같은 고소득층 중심의 소비는 경제 성장 지표를 끌어올렸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 경제가 3분기 연율 기준 4.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개인 소비 급증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트럼프 경제 황금시대가 전속력으로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성장의 실체를 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 맨해튼과 플로리다 남부의 기업인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대다수 유권자의 체감은 다르다. 더글러스 에번스 팜비치 상공회의소 회장은 “팜비치 카운티는 마치 1920년대 광란의 시기처럼 보인다”고 말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생활비 부담과 고용 시장 둔화를 호소하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은 저소득층의 신용카드 부채가 팬데믹 이전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성장과 자산 가격이 오르는 사이 금융 여력은 하위 계층에서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경제 고문인 스티븐 무어는 “지금은 정말로 강한 경제”라며 “최근 6개월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민주당이 ‘경제가 나쁘다’는 주장을 유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월가 호황과 체감 경기의 괴리


전통적인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미국 경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월가 은행과 대형 로펌의 실적은 개선됐고, 인공지능(AI) 분야에는 수천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되며 새로운 억만장자들이 등장했다. 올해 인수합병(M&A) 규모는 2조3000억 달러(약 3경4060조 원)로 지난해보다 49% 늘어날 전망이다. 수혜는 주로 고액 자산가에게 돌아갔다.
3분기 기업 이익은 전 분기 증가폭 68억 달러(약 10조700억 원)를 크게 웃도는 1660억 달러(약 245조8460억 원) 이상 늘었다. 고급 호텔, 스위스 명품 시계, 프리미엄 신용카드 수요도 여전히 견조하다.

골드만삭스 투자 리서치 부문을 총괄하는 리처드 램즈든은 최근 기자들에게 “소위 K자형 경제라는 내러티브는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금융·자산 업계 중심의 시각이라는 점에서 괴리가 존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소비 증가세도 여전히 플러스이지만 성장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금융·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내년 소비 증가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미국 가계의 재무 상태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고용 둔화 우려…정책 효과는 미지수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 정책과 신규 공제 확대를 통해 고용과 실질 소득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생아를 위한 트럼프 브랜드 투자계좌 도입과 퇴직연금 투자 상품 확대도 근로계층이 자산 시장의 수혜를 공유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1기 행정부에서 수석 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은 “경제 확장과 임금 상승이 바로 마가(MAGA)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것”이라며 지난 7월 통과된 ‘원 빅 뷰티풀 빌’을 통한 공급 측 감세 효과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실업률은 지난달 4.6%로 소폭 상승했고 고용 회복이 더딜 경우 소비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JP모건체이스 산하 연구기관은 올해 소득 증가가 특히 고령 근로자층에서 약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 금융업계를 대표하는 미국금융서비스협회는 저신용 차주의 연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예일대 최고경영자(CEO) 콘퍼런스에서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금융 격차가 올봄 이후 더 가속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금융 여건이 느슨하지만 중산층과 서민들은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금리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부는 비감독직 근로자의 임금이 의미 있게 오르고 있고, 연말 소비 시즌 판매도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의 고문인 조지프 라보르냐는 “인플레이션이 더 내려가면 실질 임금 상승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는 고소득층에 치우치지 않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