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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바다 위 원전' 70MW급 북극해 투입... SMR 에너지 패권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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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바다 위 원전' 70MW급 북극해 투입... SMR 에너지 패권 '독주’

세계 유일 부유식 원전 '아카데믹 로모노소프' 가동... 북극 자원·군사 요충지 선점
7000억 원 투입한 이동형 SMR, 오지 전력난 해결사로 부상... 차세대 모델 수출 시동
"얼음 위 체르노빌" 환경 오염 우려 상존... 한국·중국 거센 추격에 시장 재편 예고
러시아 무르만스크에 정박중인 해상 원전‘아카데믹 로모노소프’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무르만스크에 정박중인 해상 원전‘아카데믹 로모노소프’사진=연합뉴스
러시아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FNPP)를 앞세워 북극해 에너지 개발과 군사 전략적 요충지 확보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매체 라 반구아르디아(La Vanguardia)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급증한 전력 수요와 탄소 중립 이행이라는 글로벌 과제 속에서 '바다 위 원전'을 핵심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는 중이다.

북극 오지 전력 해결사... 이동형 원전의 경제·군사적 가치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Rosatom)이 운영하는 '아카데믹 로모노소프(Akademik Lomonosov)'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러시아 극동 지역 페베크(Pevek) 항에서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이 발전소는 스스로 움직이는 추진 시스템이 없는 바지선 형태로, 쇄빙선에 이끌려 북극해 5000km를 항해해 목적지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 원자력 전문 컨설팅업체 래디언트 에너지 그룹(Radiant Energy Group)의 리처드 올링턴 파트너는 라 반구아르디아와 인터뷰에서 "부유식 원전은 항공으로 디젤 연료를 운송해야 하는 오지에서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대안"이라며 "페베크와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 원전은 35MW(메가와트)급 KLT-40S 원자로 2기를 탑재해 최대 70MW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인구 10만 명 규모의 도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으로, 인구 5000명 남짓한 페베크 지역뿐 아니라 인근 금광과 석유·가스 채굴 시설에 동력을 공급한다.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의 테바 메이어 연구원은 "북극해 자원 채굴은 대개 10~20년의 단기 프로젝트가 많아 80년 수명의 고정식 원전을 짓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이동이 가능한 부유식 원전은 이러한 산업 특성에 들어맞는다"고 분석했다. 군사적으로도 연료 공급망이 취약한 북극 최전방 기지에 전력과 온수, 항공유 생산 에너지를 공급하는 전략 자산 노릇을 한다.

'바다 위 SMR' 시장의 독주와 추격하는 경쟁국들


러시아는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선박에 접목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로사톰은 현재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 RITM-200 모델을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시장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세계 원전 건설 시장의 25%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북극해 항로 확보를 위한 원자력 쇄빙선 건조 기술까지 보유한 유일한 국가다.

중국 역시 이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독자 모델인 ACP100S(125MW급)와 ACPR50S(50MW급)를 개발하고 있다. 테바 메이어 연구원은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전력과 식수를 공급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실효적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부유식 원전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방권에서는 영국의 코어 파워(Core Power), 덴마크의 시보그 테크놀로지(Seaborg Technologies) 등이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한국의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계도 해상 원전 플랫폼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으나, 아직은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비용 구조와 환경 안전성 논란은 '아킬레스건'


독보적인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부유식 원전이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우선 경제성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아카데믹 로모노소프 건조에는 약 4억2000만 유로(약 6200억 원, 지난달 27일 환율 기준)를 투입했다. 이는 대형 원전 대비 발전 단가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과거 1960년대 미국이 파나마 운하 전력 공급을 위해 운영했던 세계 최초의 부유식 원전 'MH-1A(스터지스)'가 높은 운영비를 견디지 못하고 퇴역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환경 단체들의 거센 반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 단체들은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를 '얼음 위의 체르노빌'이라 부르며 북극해의 극한 환경에서 사고가 날 경우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한다. 이에 대해 로사톰 측은 "7m 높이의 파도를 견딜 수 있는 방파제 구조와 5단계 안전 시스템을 갖춰 어떤 외부 충격에도 원자로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연료 교체와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가 국제적 신뢰를 얻는 관건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러시아의 부유식 원전은 북극 항로 개발이라는 국가적 특수성과 결합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이 모델이 세계적인 에너지 대안으로 확산될지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의 완성도와 경제성 확보, 그리고 국제적인 환경 규제 준수 여부에 달려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