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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정부 규제가 물가 올린다"…금리 만능주의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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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정부 규제가 물가 올린다"…금리 만능주의 '경보'

규제 비용 수치화 성공하며 2만 7000개 조항 '경제 변수' 전격 편입
공급 병목 해소 없는 금리 인상, 경제 얼리는 '과잉 긴축' 독 될 수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동안 통계 산출의 한계로 외면했던 '정부 규제'를 거시경제와 물가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공식 인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동안 통계 산출의 한계로 외면했던 '정부 규제'를 거시경제와 물가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공식 인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동안 통계 산출의 한계로 외면했던 '정부 규제'를 거시경제와 물가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공식 인정했다.

지난 2(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스테판 미란(Stephen Miran) 미 연준 이사는 지난달 14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경제학회 연설을 통해 정부 규제가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공급 측면의 변수'임을 강조하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통화정책은 경제에 과도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는 수요만 조절할 뿐"…공급 막는 규제가 물가 상승 주범


수십 년간 미국 거시경제 담론에서 규제는 법률가나 로비스트의 영역으로만 치부됐다. 금리나 재정 적자처럼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진짜' 동력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란 이사는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가 현재의 고물가와 경기 정체를 해결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규제는 기업의 준수 비용을 높이고 투자를 늦추며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다. 이는 경제 전체의 생산 능력을 직접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미란 이사는 "공급이 막히면 가격은 오르고, 공급이 풀리면 물가는 내려가며 경제 활력이 살아난다"라며 "연준의 금리 정책은 수요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멈춰 선 건설 현장에 콘크리트를 붓거나 인허가 절차를 앞당길 수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특히 현재 가계에 큰 고통을 주는 주거비 상승이나 인프라 정체는 단순히 돈이 많이 풀려서라기보다, 토지 이용 규제나 복잡한 인허가 체계 등 공급 측면의 병목 현상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과학의 승리…베일에 싸였던 '규제 비용' 정교하게 측정


경제학자들이 그동안 규제를 무시했던 이유는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를 이른바 '가로등 효과(Lamppost Problem)'라고 부른다. 가로등 밑처럼 밝은 곳(세금, 금리 등 수치화된 데이터)만 살피고 어두운 곳(파편화된 규제 비용)은 외면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15년간 데이터 과학과 기계학습(ML) 기술이 발전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방대한 법령 속에서 '해야 한다(shall)', '필수다(must)', '금지한다(prohibited)'와 같은 강제성 단어를 추출해 규제의 강도를 수치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제 분석 결과,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 하나로 인해 30개 이상의 정부 기관에서 약 27000개의 규제 조항이 파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패트릭 맥러플린(Patrick A. McLaughlin) 후버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제 규제의 축적이 생산성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인 변수로 모델링할 수 있게 됐다"라며 "미란 이사의 연설은 이러한 과학적 데이터가 실제 정책 결정의 중심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미 의회예산처도 가세…'규제는 곧 경제 정책' 인식 확산


연준뿐 아니라 미 의회예산처(CBO) 역시 규제가 인프라 확충과 생산 능력 확대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하고 있다. CBO 전문가들은 최근 인허가 규제가 경제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공식 인정하며, 정교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규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미란 이사는 규제가 물가와 생산량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이제는 규제 정책도 금리(통화정책)나 세금(재정정책)과 나란히 경제를 움직이는 3대 축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를 '거시경제 중립적'인 요소로 간주하고 방치할 경우, 연준이 금리라는 투박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도구만으로 물가를 잡으려다 경제 전체를 망가뜨리는 '과잉 긴축'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