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4.4%·주가 최고치에도 국민 21%만 “경제 좋다” 응답
관세가 밀어올린 물가 압박, ‘K자형 양극화’에 서민 체감 경기는 최악
관세가 밀어올린 물가 압박, ‘K자형 양극화’에 서민 체감 경기는 최악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경제성장과 낮은 실업률, 물가 상승률을 앞지르는 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실업률은 4.4%로 안정적이지만 갤럽 조사 결과 경제 상황이 ‘우수’하거나 ‘양호’하다고 답한 국민은 21%에 그쳤다. 이는 실업률이 7.5%에 이르렀던 2013년 4월 금융위기 회복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비관적 수치다.
지표는 ‘맑음’ 체감은 ‘흐림’…통계와 민심의 괴리
현재 미국 경제는 표면적으로 견고하다. 경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주식시장도 오름세다. 고통지수(Misery Index·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의 합)는 1980년대 전체와 1990년대 대부분 시기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 시장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변화가 감지된다. 경제학자 앨런 블라인더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새로 창출된 순 일자리 수는 18만1000개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50만 개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억제 정책으로 노동력 공급 자체가 줄어들면서 과거보다 적은 일자리로도 낮은 실업률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구직자 개인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취업 문턱이 낮다는 뜻이다.
경제학자가 놓친 ‘금리’와 ‘가격 하락’에 대한 갈증
민심이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인플레이션은 둔화했으나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것(디스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실제 지불하는 가격 자체가 떨어지는 것(디플레이션)을 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물가 하락’에 대한 기대가 현실과 부딪히며 실망으로 변한 셈이다.
통계의 맹점도 한몫한다. 경제학자들이 측정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에는 대출이자 비용이 빠져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통계상 물가 상승률은 떨어질지 몰라도, 가계가 체감하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각종 청구서의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소비자에게는 물가 통계보다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 비용이 더 실질적인 경제지표"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관세가 부추긴 고물가 우려와 트럼프의 과제
실질임금이 2022년 이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과거 2년 동안 겪었던 임금 가치 하락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과거에 더 많이 벌고 더 적게 지출했던 시절을 기억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유권자들의 원성은 더 커지고 있다. 특정 제품 가격이 관세 탓에 오르자 대통령이 고물가 해결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에 ‘A++++’ 학점을 주며 18조 달러(약 2경5900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주장하지만,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한 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치를 주장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지표상 ‘B’ 학점 수준임에도 본인의 정책 기조와 대중의 고물가 트라우마가 맞물리며 지지율을 갉아먹는 역설적 상황에 놓여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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