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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군사충돌] 걸프 ‘안전지대’ 흔든 이란 보복…두바이·도하까지 확전, 중동 질서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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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군사충돌] 걸프 ‘안전지대’ 흔든 이란 보복…두바이·도하까지 확전, 중동 질서 균열

2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이 지중해 상공에서 요격되며 바다 위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이 지중해 상공에서 요격되며 바다 위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에 맞서 걸프 국가들까지 직접 타격하면서 중동의 군사적 충돌이 역내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미국 기지를 보유한 걸프 동맹국들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고 두바이와 도하 등 주요 도시에서 공포와 혼란이 이어졌다고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내 타격 직후 보복에 나서며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을 향해 대규모 공세를 펼쳤다. 걸프 국가 대부분은 자국 영토에서 미국이 이란 공격을 개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음에도 미국 기지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 두바이 고급호텔 피격…걸프 경제모델 시험대

두바이 팜 주메이라에 위치한 페어몬트 더 팜 호텔이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고 부상자가 나왔으나 사망자는 없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 인근에서도 연기가 목격됐다.

두바이 국제공항을 비롯해 걸프 지역 주요 공항들은 한때 영공을 폐쇄했고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다. 카타르 도하에서는 여러 차례 폭발음이 울렸고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는 미 해군 5함대가 주둔한 주페이르 지구가 공격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UAE 당국은 대부분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낙하 잔해로 파키스탄 국적 노동자 1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쿠웨이트 국제공항에서도 드론 공격으로 경미한 피해가 발생했다.

두바이는 무관세·금융 허브 모델을 기반으로 중동 최대 상업·관광 중심지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걸프 국가들이 오랫동안 우려해온 ‘전쟁의 직격탄’이 현실화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 걸프의 딜레마…이란과 완화 모색 속 역풍


최근 수년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긴장 완화를 모색해왔다. 이란 역시 서방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역내 관계 개선을 시도해왔다. 걸프 국가들은 미국이 자국 기지에서 이란을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보복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군 기지가 있는 곳은 모두 표적”이라는 경고를 실행에 옮겼다. 한 서방 외교관은 “이란은 지금 지역 관계의 미묘한 균형을 고려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라시아그룹의 피라스 막사드는 “두바이나 아부다비 상공에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드는 것은 걸프 국가들이 가장 원치 않는 장면”이라며 사태가 계속되면 이들 국가도 대응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확전의 사다리…중동 전역 긴장 고조


이번 공격은 지난해 12일간 이어진 이란·이스라엘 충돌 당시보다 강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이란은 카타르의 미군 기지와 조기경보시설을 겨냥해 미사일 44기와 드론 8대를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고 8명이 다쳤으며 이 중 1명은 중태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도 리야드와 동부 유전지대를 겨냥한 공격을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피해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걸프 국가들이 그동안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충돌의 전면에 서게 됐다고 평가한다. 이란 정권이 생존을 위해 역내 전선을 확대할 경우, 중동 전체가 단계적 확전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라마단 기간임에도 두바이 도심은 일부 상업 활동을 유지했지만 주민들은 추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실내 대피에 나섰다. 걸프 지역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안정·번영의 이미지는 이번 충돌로 큰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사태는 미·이란 충돌이 단순 양자 대립을 넘어 걸프 안보 질서와 글로벌 에너지·물류 네트워크 전반을 흔드는 국면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향후 며칠간의 군사적 전개가 중동의 지정학적 균형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