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전 세계 항공화물 22% 급감… 중동발 물류 대란에 한국 반도체·IT 수출 '비상’

글로벌이코노믹

전 세계 항공화물 22% 급감… 중동발 물류 대란에 한국 반도체·IT 수출 '비상’

신선식품부터 항공기 부품까지 배송 중단… 동남아~유럽 운임 6% 이상 상승
인천~두바이 직항 중단 및 우회 항로 이용으로 국내 물류비 80% 폭등 우려
헬륨 등 핵심 원자재 수급 차질 및 유가 급등에 따른 산업계 연쇄 타격 전망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전 세계 항공화물 공급망이 사실상 멈춰 섰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전 세계 항공화물 공급망이 사실상 멈춰 섰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전 세계 항공화물 공급망이 사실상 멈춰 섰다. 신선식품부터 정밀 항공기 부품에 이르는 물동량이 발이 묶였고, 글로벌 항공화물 용량의 5분의 1 이상이 사라지면서 화물 운임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5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공중전의 여파로 중동 전역의 여객기 및 화물기 운항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글로벌 물류의 핵심 거점인 카타르 도하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허브가 마비되면서 전 세계 공급망에 거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한국 주력 산업 직격탄… '운임 폭등·원자재 고립' 이중고


이번 사태는 중동을 경유하는 글로벌 물류망을 넘어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항공 운송 의존도가 90%를 웃도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산업의 경우, 직접적인 노선 차질은 물론 전 세계적인 항공기 부족에 따른 운임 상승 압박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KITA)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이 길어질 경우 항공 및 해상 운임이 최대 8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단순한 운송 지연을 넘어 생산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 등 핵심 원자재의 상당량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들은 현재 재고 물량을 확보해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유가 급등에 따른 전기료 및 물류비 상승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물류비와 원자재 비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향후 1~2개월이 한국 수출 경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화물 용량 22% 감소… 아시아~유럽 노선 운임 상승 압박


항공 및 물류 컨설팅 기업 에이브이안(Aevean)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나흘간 전 세계 항공화물 용량은 중국 설 연휴 이전과 비교해 22% 감소했다.

항공화물은 전 세계 무역 가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정보통신 기기부터 의약품, 신선 과일, 자동차 부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들이 주로 여객기 하부 화물칸(벨리 카고)이나 전용 화물기를 통해 운송된다.

에이브이안은 중동 항공사들이 전 세계 항공화물 용량의 약 13%를 점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코 로지스틱스(SEKO Logistics)의 브라이언 버크 최고상업책임자(CCO)는 "중동 허브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 역시 즉각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노선의 화물 용량은 분쟁 발생 이후 39%나 급감했다. 반면 중국과 유럽을 잇는 직항 용량은 오히려 26% 늘어났다.

알톤 에비에이션 컨설팅(Alton Aviation Consultancy)의 조슈아 응 이사는 중국 항공사들이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러시아 영공을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짧은 비행시간과 낮은 운영 비용을 무기로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기 부품 조달 차질… '도미노 효과'로 항공업계 회복 지연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항공 산업 자체를 지탱하는 부품 공급망의 붕괴다. 퀴네앤드나겔(Kuehne+Nagel)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동 지역을 오가는 항공우주 관련 화물은 전 세계 물동량의 6.7%에 달한다.

전쟁으로 비행기가 뜨지 못하더라도, 하늘길이 다시 열릴 때를 대비해 항공기의 감항성(비행에 적합한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유지보수 부품 공급은 필수적이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에버뉴 에비에이션(Aventure Aviation)의 아미르 쿠레시 부사장은 현재 중동 항공사들이 항공기 엔진 밸브와 전자 장비 부품을 긴급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비 중인 항공기가 부품 하나를 제때 받지 못하면 격납고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는 전체 운항 일정에 영향을 주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킨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쿠레시 부사장은 두바이 공항에서 애틀랜타로 보내려던 수리용 부품 일부를 지난 4일 화물 운송업체가 수거해 갔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는 보이지만, 중동 정세는 워낙 예측하기 힘들어 내일이라도 당장 모든 것이 다시 멈출 수 있다"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전 세계 고부가가치 공급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도하와 두바이가 수행하던 '글로벌 환승 허브' 기능이 마비되면서 대체 경로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기업들은 당분간 물류비 상승과 배송 지연에 따른 재고 관리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정부와 산업계는 우회 항로 확보와 핵심 원자재 수급 다변화 등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할 노릇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