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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군단' 앞세운 중국의 역습…삼성·현대차 "진짜 실력은 지능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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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군단' 앞세운 중국의 역습…삼성·현대차 "진짜 실력은 지능에서 갈린다"

공급망 장악한 中, 머릿수로 미국 압도…하드웨어는 중국, 소프트웨어는 미국 '강점'
'가격 파괴'로 시장 흔드는 사이, 현대차·삼성은 '고성능·초격차'로 정면 승부
중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무인 로봇군단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무인 로봇군단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기술력의 미국'과 '생산력의 중국'이 정면으로 충돌한 첫 번째 승부처였다. 그 결과는 수치 면에서 중국의 압승이었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가 지난 한 해 동안 시장에 내놓은 로봇 대수는 미국의 테슬라(Tesla)와 피규어(Figure)를 합친 것보다 무려 36배나 많았다. 이는 중국이 단순히 로봇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이미 '대량 생산 시대'를 열었음을 보여준다.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중국이 초기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비결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관련 데이터와 업계 분석을 종합한 결과, 중국의 독주는 지난 30년간 쌓아온 '세계의 공장' 인프라가 로봇 산업에 그대로 옮겨온 결과로 풀이된다.

전기차 부품 그대로 쓴 '가성비 로봇'…공급망 힘으로 시장 장악


중국 로봇 기업들이 이토록 무서운 속도로 제품을 쏟아낼 수 있는 이유는 전기차(EV) 산업 덕분이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실의 셀리나 쉬(Selina Xu) 정책 리드는 "중국은 센서, 배터리, 모터 등 로봇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공급망을 이미 전기차 산업을 통해 갖춰놓았다"라며 "미국보다 훨씬 싸고 빠르게 제품을 개선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에 팔린 휴머노이드 로봇 1만 3317대 중 상위 5개 업체가 모두 중국 기업(애지봇, 유니트리 등)이었다. 유니트리는 기업가치 30억 달러(약 4조 원)를 넘어섰고, 갤봇(Galbot) 등 신생 업체들도 수천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몸값을 키우고 있다.

삼성·현대차 '진짜 똑똑한 로봇'으로 승부…양보다 질로 '반격’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서 국내 대기업들은 '기술의 격'을 높이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 최고의 로봇 기술력을 가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통해, 중국 로봇이 따라오기 힘든 '고난도 제조 공정'에 휴머노이드를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양산 대수 경쟁보다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실전 로봇'의 표준을 먼저 만들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역시 단순히 로봇 몸체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로봇의 뇌'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봇에 들어가는 AI 반도체와 운영체제(OS)를 직접 개발해, 미국 엔비디아 칩에 의존하는 중국 로봇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부품 국산화와 인공지능 통합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중국의 물량 공세를 뚫고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쇼'는 끝났다…공장과 물류센터로 들어가는 로봇들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시용 '볼거리'가 아니라 현장에서 '일꾼'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갤봇의 율리 자오(Yuli Zhao) 최고전략책임자는 "이제 고객들은 로봇이 얼마나 신기한 춤을 추는지보다, 실제 창고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실수 없이 일할 수 있는지를 본다"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 또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전략에 따라 로봇 보급을 밀어붙이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일손이 부족해진 공장을 로봇으로 채우려는 절박한 움직임이다.

미국과 한국기업들도 양산 계획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미 탄탄한 부품 공급망을 갖추고 실전 데이터를 쌓고 있는 중국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뇌는 아직 미국산…'데이터 싸움'에서 승패 갈린다


물론 중국의 앞길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겉모양은 중국이 앞서가는 듯 보이지만, 로봇의 지능을 담당하는 핵심 소프트웨어와 칩은 여전히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로봇이 복잡한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하게 만드는 '진짜 지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이 로봇 패권의 향방을 가를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을 많이 파는 것만큼이나,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얼마나 '똑똑한 로봇'을 만드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의 중국과 소프트웨어의 미국 사이에서 한국기업들이 어떤 틈새를 공략할지가 관건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