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 세금·망 사용료·탄소 비용 등 3대 핵심 부담금 감면 ‘가교 솔루션’ 추진
19일 정상회의서 단기 구호책 확정… 미·중 경쟁 속 역내 제조업 공동화 방지 총력
에너지 전환기 ‘2~5년 골든타임’ 확보 위해 보조금·차액결제계약 등 동원
19일 정상회의서 단기 구호책 확정… 미·중 경쟁 속 역내 제조업 공동화 방지 총력
에너지 전환기 ‘2~5년 골든타임’ 확보 위해 보조금·차액결제계약 등 동원
이미지 확대보기로이터 통신이 지난 7일(현지시각) 단독 입수한 유럽집행위원회 내부 문건에 따르면, EU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약 30%를 차지하는 세금과 망 사용료, 탄소 비용을 직접 겨냥해 단기적인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가교 해결책(Bridge solution)’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주도하며, 오는 19일 개최되는 EU 정상회의에서 최종 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에너지 인플레이션 정조준… “세금·망 사용료 등 고정비 29% 털어낸다”
유럽집행위원회가 분석한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 구조를 보면, 순수 에너지 비용 외에도 기업들이 짊어진 ‘제도적 비용’이 상당한 수준이다.
문건에 명시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산업용 전력 고지서에서 전력망 유지와 관리에 투입되는 ‘망 사용료’가 18%를 차지하며, 탄소 배출에 따른 비용 부담이 11%에 이른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부과하는 에너지세와 각종 부담금까지 더해지면 기업의 생산 원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집행위는 이번 문건에서 “청정 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이 이루어져 재생에너지가 시장 가격을 주도적으로 낮추기 전까지 향후 2년에서 5년 사이의 공백기가 가장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국가 보조금을 투입해 탄소 비용을 상쇄해주거나, 산업용 소비자에게 고정된 전력 가격을 보장하는 ‘차액결제계약’ 등을 각국 정부가 즉각 시행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독·프 중심의 국가별 맞춤형 지원과 산업군별 파급 효과 극대화
독일은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향후 약 280억 유로(약 48조11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해 전기료를 법정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는 ‘재정 투입형’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원자력 비중이 높은 프랑스는 국영 전력공사(EDF)를 통해 산업용 전기 가격을 메가와트시(MWh)당 평균 70유로(약 12만 원) 수준으로 고정하는 ‘장기 저가 공급형’ 모델을 구축하며 정책적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책은 특히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철강과 화학 분야에 '산소호흡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 비용 감면 시 철강재 톤(t)당 생산 단가를 약 5~8% 낮출 수 있으며, 자동차 산업의 경우 부품 협력사들의 파산을 막아 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최근 t당 90~95유로를 상회하며 기업들의 목을 죄고 있는 탄소배출권(ETS) 가격의 변동성을 국가 보조금으로 상쇄해주는 방안이 이번 대책의 핵심 실전 카드로 꼽힌다.
‘미·중 틈바구니’ 샌드위치 된 유럽 제조업… “자국 우선주의 대응책 시급”
EU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물가 안정을 넘어선 ‘산업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유럽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앞세운 미국과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사이에서 심각한 샌드위치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 고조로 천연가스와 유가가 다시 꿈틀대자, 독일 티센크루프(ThyssenKrupp)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 현장에서는 “현행 비용 구조로는 공장 가동 자체가 손해”라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독일 루르 공업지대의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중국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유럽의 에너지 비용은 이미 수배 이상 높다”며 “정부의 직접적인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없이는 청정 철강 전환은커녕 기존 공장 유지도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EU가 이번 문건에서 ‘가교(Bridge)’라는 표현을 쓴 이유도 에너지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전, 제조업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산업 공동화’를 막겠다는 절박함이 투영된 결과다.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 증폭… ‘수요 강제 절감’ 카드 재등판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각 회원국 정부의 신속한 집행 여부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브뤼셀의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집행위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더라도 각국이 예산을 편성하고 법령을 개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인하가 2분기 내에 가시화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EU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 문건에는 만약 중동 사태 악화로 에너지 공급망에 추가 타격이 가해질 경우, 지난 2022년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당시 시행했던 ‘에너지 수요 절감 조치’를 다시 소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이는 가격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산업계와 민간 모두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강도 높은 에너지 다이어트를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는 19일 정상회의는 유럽 제조업의 향후 5년 생존권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탄소 중립이라는 원대한 이상과 고에너지 비용이라는 혹독한 현실 사이에서 EU가 내놓을 ‘가교’가 얼마나 단단하게 건설될지 전 세계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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