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털, LG화학 주주총회에 지배구조 개혁·자본 배분 효율화 안건 제출
프랑스 카미냑, 창사 이래 처음으로 행동주의 캠페인 공개 지지… "순자산가치 대비 75% 저평가는 비정상"
31일 주총이 한국 자본시장 개혁의 시금석… LG엔솔 지분 축소·자사주 매입 시나리오에 시장 촉각
프랑스 카미냑, 창사 이래 처음으로 행동주의 캠페인 공개 지지… "순자산가치 대비 75% 저평가는 비정상"
31일 주총이 한국 자본시장 개혁의 시금석… LG엔솔 지분 축소·자사주 매입 시나리오에 시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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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팰리서·카미냑, 전례 없는 '공동 전선'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자산운용사 카미냑(Carmignac Gestion)이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털(Palliser Capital)의 LG화학 지배구조 개선 캠페인을 공개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카미냑은 2025년 12월 말 기준 약 410억 유로(약 69조 원)를 운용하는 유럽 대형 독립계 자산운용사로, 특정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에 공식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은 창사 37년 만에 처음이다.
팰리서 캐피털은 LG화학 지분 1%를 조금 넘게 보유한 10대 주주다. 지난 2월 9일 LG화학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투자자 신뢰를 훼손한 지배구조·투명성·자본 배분의 구조적 허점'을 지적하고, 3월 31일 제25기 정기 주주총회에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선임 사외이사(Lead Independent Director) 신설 ▲경영진 보수 체계의 성과 연동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안건을 정식 제출했다. 카미냑이 여기에 지지를 선언하면서, 소액주주 진영의 목소리가 한층 무게를 얻게 됐다.
숫자로 본 '비정상적 저평가'
카미냑의 나오미 웨스텔(Naomi Waistell) 신흥시장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성명을 통해 "LG화학은 지난 10년간 동종 업계 경쟁사와 코스피 지수 모두에 뒤처졌고, 보유 순자산가치(NAV) 대비 약 75%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수치의 현실적 의미를 풀어보면 이렇다.
쉽게 비유하면, 100만 원어치 금반지를 끼고 있는 사람의 몸값이 22만 원으로 매겨지는 셈이다. 금반지(LG에너지솔루션 지분)만 팔아도 몸값의 거의 세 배를 넘지만, 시장은 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지주사 디스카운트' 또는 '홀딩 디스카운트'라고 부른다. 한국 대기업 집단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LG화학의 할인 폭은 국내 주요 지주사 가운데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수준이다.
"LG엔솔 지분 70% 아래로 낮춰 자사주 매입하라"
팰리서가 제시한 핵심 처방전은 명확하다.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79.38%를 70% 이하로 줄이고, 매각 대금을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투입하라는 것이다. 지분을 약 10%포인트 축소할 경우 시장에 풀리는 자금이 수조 원 규모에 이른다.
카미냑은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현재 75%에 달하는 NAV 할인율이 한국 시장 평균인 50% 수준까지 좁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할인율이 25%포인트 줄어든다는 것은 LG화학의 기업 가치가 지금보다 수조 원 이상 재평가받을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팰리서 "일부 변화 시도했으나 구조적 개혁엔 역부족"
팰리서 캐피털의 제임스 스미스(James Smith)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월 9일 공개한 프레젠테이션에서 "LG화학이 우리의 주주제안 이후 일부 긍정적인 조치를 취한 점은 인정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의미 있는 구조적 변화를 이뤄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스미스는 "소수 주주에게 최상급 지배구조를 보장하고,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키며, 진정한 주주 참여를 촉진하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팰리서 측 분석에 따르면 LG화학의 NAV 할인율은 71%에 이르며, 이는 2020년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LG에너지솔루션 설립) 이후 오히려 심화됐다. 당시 물적분할의 취지가 '자회사 독립 상장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였음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모회사 주주에게 돌아간 혜택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다.
'밸류업' 시험대에 오른 31일 주총… 한국 자본시장 개혁의 분수령
이번 사안이 단순한 한 기업의 주주총회를 넘어 시장 전체의 이목을 끄는 까닭은 한국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 개혁 사례를 참고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저조한 기업들의 체질 개선을 독려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한 이후 실제로 코스피는 2025년 하반기 4000선을, 2026년 초 5000선을 잇달아 돌파했다.
과거 한국 기업의 주주총회는 대주주 의사를 확인하는 통과 의례에 가까웠다. 그러나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가 전체 주주로 확대되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소액주주의 발언권이 커지는 구조적 전환이 진행 중이다.
다만 이번 주주제안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LG화학의 최대주주인 ㈜LG가 30%를 넘는 의결권을 쥐고 있어, ㈜LG의 지지 없이는 정관 변경(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 필요)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카미냑 측은 "그동안 LG화학 경영진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며, 공개적 지지 선언이 불가피했음을 시사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세 가지 관전 포인트
금융권 안팎에서는 31일 주총을 전후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주시하고 있다.
첫째, LG화학이 주주제안을 수용하거나 자체적으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자본 환원 정책을 내놓을 경우, 주가 재평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둘째, 대주주가 제안을 부결시키더라도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연대가 이어진다면, 향후 주주총회마다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장기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이번 사례가 SK그룹·현대차그룹 등 유사한 지주사 할인 구조를 가진 다른 대기업 집단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6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행동주의 펀드의 손을 들어준 것은 한국 기업 경영진에 보내는 명확한 경고 신호"라며 "단순히 주가가 올랐느냐가 아니라, 왜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지 그 근본 원인을 해결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자본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명사에서 벗어나려면, LG화학 주총이 그 첫 번째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