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 전비만 16조4900억 원 소진, 우크라이나 6년 지원 총액 순식간에 초과
정밀유도탄 고갈 경고에 방산 생산 한계 직면… 의회 60표 장벽·반전 여론 '이중 파고'
K-방산·수출 기업 촉각… 글로벌 공급망 흔들리나
정밀유도탄 고갈 경고에 방산 생산 한계 직면… 의회 60표 장벽·반전 여론 '이중 파고'
K-방산·수출 기업 촉각… 글로벌 공급망 흔들리나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8일(현지시각) 복수의 고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펜타곤이 이란 전쟁 수행을 위한 2000억 달러(약 299조 원) 규모의 긴급 예산 패키지를 백악관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의회 승인을 전제로 한 이 요청은 규모 면에서 전례가 없다.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 지원에 쏟아부은 누적 예산 1880억 달러(약 281조 원)를 단숨에 넘어서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보기3주 만에 드러난 '무기 창고'의 민낯
전쟁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미국의 전략 자산을 소모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이 이란 내 수천 개 목표물을 타격한 첫 주 한 주에만 110억 달러(약 16조4900억 원)가 넘는 전비가 지출됐다. 이 숫자는 냉정한 경고다. 이 속도가 유지될 경우 2000억 달러도 채 1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티븐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 1년간 방산 생산력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지만, 실전의 소모 속도는 계획을 앞질렀다. 이번 대규모 예산 패키지를 주도한 것도 파인버그 부장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과제는 두 가지다. 정밀유도탄 등 소모된 재고를 즉각 보충하는 것과 중장기적으로 미국 방산 기업들의 생산 라인을 풀가동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쟁 끝내겠다"던 트럼프, 더 큰 전쟁에 발목 잡히다
아이러니는 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내내 '해외 전쟁 종식'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전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세금 낭비"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정작 취임 후 그가 직접 선택한 이란 전쟁은, 전임 행정부가 6년에 걸쳐 지출한 우크라이나 지원 총액을 몇 주 만에 뛰어넘는 속도로 돈을 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연간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50% 이상 증액한 1조5000억 달러(약 2249조 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지만,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내부에서조차 "지나치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의회 반응은 더 냉랭하다. 민주당은 전쟁 자체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공화당 역시 예산 증액의 필요성에는 원론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상원 통과에 필요한 60표 확보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톰 코튼 상원 정보위원장은 정보기관 예산의 추가 반영을 주장하며 협상 변수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생산 라인이 따라오지 못한다
방위산업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예산 규모가 아닌 생산능력의 물리적 한계다.
마크 칸시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은 WP에 "행정부가 더 많은 자금을 요청할수록 반전 여론은 그 숫자에 집중할 것이고, 거대한 정치적 전선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엘레인 맥커스커 전 국방부 감사관 대행도 "방산 기반에 거액을 투입한다고 해서 무기가 곧바로 생산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숙련 노동력 부족과 원자재 수급 불안정을 결정적 병목으로 지목했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산업계 전문가는 "미국의 정밀유도탄 생산 가속화는 한국산 부품·소재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K-방산 기업들이 직접 미국 시장 수출 기회를 노릴 수도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전쟁 수요로 쏠릴 경우 오히려 원자재 확보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9조의 요청이 시험하는 것들
이번 2000억 달러 예산 요청은 세 가지 실체를 동시에 시험대에 올렸다. 첫째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한 전쟁 수행 의지와 재정 조달 능력, 둘째는 반전 여론과 재정 보수주의가 맞부딪히는 의회의 정치적 응집력, 셋째는 평시 경제 논리로 운영되어 온 미국 방위산업이 전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전비 요청서 한 장이 이 세 가지 답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이 내놓을 답변은 이란 전선의 향방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안보 방정식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