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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ATL·비야디까지 가세한 '태양전지' 선점 전쟁… 日, "물량 공세 피하자" 전략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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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ATL·비야디까지 가세한 '태양전지' 선점 전쟁… 日, "물량 공세 피하자" 전략 고심

중국 내 100여 개 기업·10만 연구원 집결하며 세계 첫 기가와트(GW)급 공장 가동
차세대 태양전지 시장서 '실리콘 잔혹사' 재연 우려… 일본은 맞춤형 소량 생산으로 활로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우트모라이트(UtmoLight)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생산 시설 내부. 사진=우트모라이트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우트모라이트(UtmoLight)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생산 시설 내부. 사진=우트모라이트
차세대 태양광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를 선점하기 위한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과 전기차 거물 비야디(BYD)를 포함해 100개가 넘는 중국 기업이 양산 경쟁에 전격 뛰어들었다.

과거 실리콘 태양전지 시장을 중국의 압도적인 물량 공세에 내줘야 했던 일본 기업들은 이번에는 정면 승부를 피하고 특화 시장을 공략하는 등 생존을 위한 고도의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기가와트(GW)급 대규모 생산 라인을 가동하며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 중국의 압도적 물량 공세: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총출동


중국은 저비용과 고효율을 동시에 약속하는 페로브스카이트 전지의 대량 생산 체제를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구축하고 있다. 중국의 태양광 스타트업 우트모라이트(UtmoLight)는 2025년 2월 장쑤성에 세계 최초의 기가와트 규모 생산 시설을 가동하며 기세를 올렸다.

이 시설은 연간 180만 개의 셀 생산을 목표로 하며, 변환 효율 또한 17.44%에 달해 상업적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스타트업에 그치지 않고 거대 자본을 보유한 대기업들로 확산되고 있다. CATL과 BYD,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인 BOE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관련 특허를 쏟아내며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컨설팅사 RTS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에서는 100개 이상의 기업에서 약 10만 명의 연구원이 페로브스카이트 개발에 매달리고 있으며, 해외 유학파들이 대거 귀국해 국가 차원의 전문성을 보강하면서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 페로브스카이트의 매력: 유연하고 가벼운 미래 에너지의 핵심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가 효율의 이론적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페로브스카이트는 소재의 다양성과 물리적 특성 덕분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는 매우 얇고 유연한 기판 위에 제작할 수 있어 건물의 벽면이나 곡면, 심지어 자동차 루프 등 기존에는 설치가 불가능했던 장소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이 분야는 대규모 장치 산업인 실리콘과 달리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도 연구 및 생산 시설 구축이 가능해 중국 내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쉽게 진입하고 있다.

특히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를 겹쳐 효율을 극대화하는 '탠덤 셀' 개발도 병행되고 있어, 기존 태양광 시장과의 시너지를 통해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 일본의 고민: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생존 본능


2010년경 샤프, 쿄세라,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은 전 세계 실리콘 태양전지 시장을 지배했으나, 중국의 압도적인 대량 생산과 가격 경쟁력에 밀려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일본 기업들은 페로브스카이트 시장에서만큼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파나소닉 홀딩스를 비롯한 다수의 일본 기업은 중국과의 단순한 규모 및 비용 경쟁을 피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들은 대량 생산 대신 특정 고객의 세밀한 요구에 맞춘 소규모·맞춤형 개발에 베팅하며 고부가가치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또한, 일본 세키스이 화학은 필름 형태의 박막 기술력을 고도화해 유리 기판 위주의 중국 제품과 차별화된 질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2030년 1GW급 시설 가동을 준비 중이다.

◇ 한국 산업에 주는 시사점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 태양광 산업 역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한화솔루션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탠덤 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기술력을 넘어선 상용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이 이미 GW급 공장을 가동하며 실전에 투입된 점을 고려해 양산 공정의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미국의 대중 규제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중국산 페로브스카이트 제품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북미와 유럽 등지로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영리한 대응이 요구된다.

또한, 유연하고 가벼운 특성을 살린 도심형 태양광 시장(BIPV)에서 한국의 강점인 IT 및 건설 기술과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