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경제 통합의 상징서 첨단 기술 거점으로… 대만 자본 이탈 자리를 ‘럭쉐어’ 등 본토 기업이 대체
‘저가 조립’ 버리고 AI 서버·비행차 산업 육성… 1인 창업 및 로봇 자동화로 제조 패러다임 전환
‘저가 조립’ 버리고 AI 서버·비행차 산업 육성… 1인 창업 및 로봇 자동화로 제조 패러다임 전환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했던 대량 생산 모델이 저물고 기술 자립을 향한 구조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세계의 노트북 공장’으로 불리던 장쑤성 쿤산(昆山)이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했다.
과거 수백만 명의 이주 노동자를 끌어모았던 폭스콘의 ‘황금 그릇’ 신화가 희미해지는 자리에는 인공지능(AI)과 드론, 비행차를 포괄하는 ‘저고도 경제(Low-altitude Economy)’라는 새로운 기술적 꿈이 싹트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쿤산은 단순 조립 허브를 넘어 AI와 로봇이 주도하는 ‘슈퍼 산업 클러스터’로의 탈바꿈을 서두르고 있다.
◇ 저무는 폭스콘의 시대… 젊은 노동자들은 ‘내륙’과 ‘기술’로 이동
지난 30년간 쿤산은 대만 기업 약 10만 곳이 700억 달러를 투자하며 세계 노트북 생산량의 3분의 1을 담당하던 양안 경제 협력의 결정체였다. 하지만 최근 인건비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의 기술 자급자족 정책은 쿤산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과거 폭스콘 공장 앞에서 장사진을 치던 젊은 구직자들은 이제 생활비가 저렴한 내륙으로 돌아가거나 고부가가치 지역 기업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폭스콘에서 3년간 근무한 한 노동자는 “10년 전만 해도 쿤산에 오는 모든 이들이 폭스콘 입사를 꿈꿨지만, 이제는 예전만큼의 매력이 없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대만 공장주들은 높은 노동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시설을 본토 기업에 매각하거나 베트남, 인도 등 해외 혹은 중국 내륙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다.
◇ ‘폭스콘 대항마’ 럭쉐어의 부상… AI 서버와 웨어러블로 다각화
럭쉐어는 2021년 위스트론의 아이폰 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2023년에는 페가트론의 쿤산 공장 지분을 확보하며 쿤산 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우뚝 섰다.
특히 럭쉐어는 애플과의 계약을 넘어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쿤산에 120억 위안(약 17억 4,000만 달러) 규모의 스마트 단말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AI 산업 단지’에서 AI 서버와 차세대 개인용 컴퓨터(PC) 생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쿤산 시정부가 추진하는 ‘노트북 체인에서 정보 체인으로의 전환’ 로드맵과 궤를 같이한다.
◇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AI 에이전트… 저고도 경제의 요새로
쿤산의 미래는 이제 지상을 넘어 하늘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저고도 경제를 ‘핵심 전략 신흥 산업’으로 격상함에 따라 쿤산은 관련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 CATL이 지원하는 항공 스타트업 오토플라이트(AutoFlight)는 2022년 쿤산에 비행 시험 허브를 설립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 수직 이착륙(eVTOL) 항공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쿤산은 이미 73개의 저고도 이착륙 시설을 건설했으며, 45억 위안 규모의 관련 프로젝트 18개를 유치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 쑤저우 산업단지와 AI 혁신… ‘1인 기업’과 로봇의 공습
쿤산의 변신은 쑤저우 전체의 혁신과 맞물려 있다. 쑤저우 산업단지(SIP)는 현재 1,900여 개의 AI 관련 기업을 보유한 글로벌 혁신 허브로 진화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간 직원 대신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1인 기업’ 설립이 장려되면서 제조 및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폭스콘 역시 조립 라인 자동화에 투자를 집중하며 과거의 노동 집약적 모델을 파괴하고 있다. 폭스콘 회장 영 류는 “앞으로 공장 내 기본 작업의 80%를 AI 에이전트가 수행하고, 인간은 가장 복잡한 20%의 업무만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일부 생산 라인은 인력을 70% 이상 감축했음에도 생산 가치는 오히려 40%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 한국 산업에 주는 시사점
중국 제조업의 심장부인 쿤산의 기술적 도약은 한국 기업들에게 중대한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중국이 단순 조립을 넘어 AI와 자동화, 저고도 모빌리티로 빠르게 전환함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및 차세대 모빌리티 부품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 본토 공급업체(럭쉐어 등) 비중을 높이는 흐름에 맞춰, 한국 부품사들도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비행차와 드론 등 신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표준을 선점하기 전, 한국도 관련 규제 정비와 배터리·제어 기술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레버리지를 확보해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