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피로감에 '스크린 프리' 선언한 10대들, 대형 쇼핑몰 사교의 장으로 재정의
에딕티드·프린세스 폴리 등 SNS 기반 브랜드, 체험형 매장으로 '아우라 파밍' 성지 등극
사이먼 프로퍼티 등 리츠 실적 반등... 오프라인 유통업계 '공간 경쟁력' 강화에 사활
에딕티드·프린세스 폴리 등 SNS 기반 브랜드, 체험형 매장으로 '아우라 파밍' 성지 등극
사이먼 프로퍼티 등 리츠 실적 반등... 오프라인 유통업계 '공간 경쟁력' 강화에 사활
이미지 확대보기지난달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폰에 신물이 난 Z세대가 쇼핑몰을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닌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콘텐츠 제작소'이자 '사교의 광장'으로 재정의하면서 고사 위기에 처했던 오프라인 상권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디지털 피로감이 부른 '역발상'… 쇼핑몰은 가장 힙한 '오프라인 인스타그램’
최근 미국 청소년들에게 쇼핑몰 방문은 단순한 물건 구매를 넘어선다. 이들은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친구들과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아우라 파밍(Aura Farming)'과 타인보다 우월함을 과시하는 '모깅(Mogging)' 문화를 즐긴다.
디지털 피로감이 극에 달한 세대에게 쇼핑몰은 역설적으로 '스크린 프리(Screen-free)'를 실천할 수 있는 해방구가 됐다. 15세 소녀 사하라 린 반스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직접 옷의 질감을 느끼는 과정 자체가 온라인 쇼핑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쾌감"이라며 매장 방문의 가치를 강조했다.
실제 소비자 조사기관 뉴머레이터(Numerator)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14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약 67%가 "아이들이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쇼핑을 훨씬 선호한다"고 답해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했다.
전통 거인 밀어낸 신흥 강자들… '체험'을 팔고 '팬덤'을 산다
유통 시장의 주도권도 변하고 있다. 과거 쇼핑몰의 터줏대감이었던 전통 브랜드들이 주춤하는 사이, 틱톡(TikTok) 등 SNS에서 수백만 팬덤을 거느린 신흥 브랜드들이 그 빈자리를 꿰찼다.
온라인 기반 브랜드로 출발한 에딕티드(Edikted)와 프린세스 폴리(Princess Polly)의 오프라인 진출 전략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매장을 단순히 물건을 진열하는 곳이 아닌 하나의 '스튜디오'로 설계했다.
탈의실 공간을 대폭 확장하고 그 안에 대형 소파와 화려한 샹들리에, 감각적인 벽지를 배치했다. 이는 10대들이 마음껏 '거울 셀카'를 찍고 숏폼 영상을 제작하도록 유도한 전략인데,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자발적인 홍보 콘텐츠 생산을 이끌어내며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슈나이더 CEO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감각적 체험을 통해 즐거움을 느낀 고객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인접한 의류 매장으로 발길을 옮기게 하며, 이것이 곧 매출 전이로 이어지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분석했다.
무너진 '쇼핑몰 종말론'… 리츠(REITs) 시장의 새로운 엔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마존이 모든 쇼핑몰을 파괴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2017년부터 5년간 미국에서 매년 평균 40개의 쇼핑몰이 문을 닫았고, 축구장 35개 규모의 상업 공간이 파괴됐다. 하지만 현재 시장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미국 최대 쇼핑몰 리츠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Simon Property Group)의 최근 실적 지표를 보면, 단위 면적당 매출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며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S&P 글로벌 레이팅은 이를 근거로 사이먼의 신용등급을 'A'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쇼핑몰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에서 넷플릭스 하우스(Netflix House)와 같은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드라마 '브리저튼' 테마의 골프를 즐기고, '에밀리, 파리에 가다' 컨셉의 식사를 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미국 10대들의 쇼핑몰 회귀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디지털 과잉 시대에 대한 인류 본연의 반작용이다. 화면 너머의 픽셀보다 직접 만지는 원단의 질감과 대면 소통의 가치를 재발견한 것이다.
앞으로의 유통 경쟁은 누가 더 저렴한가(Price)가 아니라, 누가 더 압도적인 공간 경험(Experience)을 제공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한국 유통 기업들 역시 단순한 공간 임대업에서 벗어나, Z세대의 '아우라'를 채워줄 수 있는 콘텐츠 기획자로 거듭나야만 생존할 수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