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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신용 위기 경고… JP모건 다이먼 "손실 예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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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신용 위기 경고… JP모건 다이먼 "손실 예상보다 크다“

버리·건들락 "2007년 서브프라임 붕괴 직전과 똑같다"… 월가 거물 3인 동시 경보
블랙록·블랙스톤 환매 제한·1조 8000억 달러 시장 균열… AI 부실 대출이 뇌관
JP CEO 제이미 다이먼 등 경제인들이 현 사모신용 시장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직전과 흡사하다는 경보를 발령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JP CEO 제이미 다이먼 등 경제인들이 현 사모신용 시장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직전과 흡사하다는 경보를 발령했다. 사진=연합뉴스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이 연례 주주 서한을 통해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의 대출 손실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와 더블라인 캐피털(DoubleLine Capital) CEO 제프리 건들락도 잇달아 현 사모신용 시장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직전과 흡사하다는 경보를 발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 등이 7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다이먼 “신용 기준 전방위 약화… 신용 침체 오면 손실 예상 초과”


다이먼은 48쪽 분량의 연례 주주 서한에서 "신용 침체가 언젠가는 반드시 온다. 그때가 되면 차입 경영 기업(레버리지드 론) 전반의 손실이 예상을 웃돌 것"이라며 "신용 기준이 사실상 전 부문에 걸쳐 조금씩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문제로 차주의 미래 실적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애드백·add-back), 약화된 대출 약정(코버넌트·covenant), 이자를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원금에 가산하는 PIK(현물 이자 지급·Payment-in-Kind) 구조의 남용,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사모 신용등급 평가 등을 열거했다.

다이먼은 또 "사모주식(PE) 분야에 뒤늦게 뛰어든 플레이어가 많아 신용 공급 업체 가운데 일부는 훨씬 저조한 성과를 낼 것"이라며 "우리는 신용 침체를 오랫동안 겪어본 적이 없고, 일부에서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모신용은 대출에 대한 투명성이 높지 않고 엄격한 가치 평가도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어, 환경이 나빠질 것으로 판단하면 실제 손실이 거의 변하지 않더라도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조만간 보험 규제 당국이 더 엄격한 신용등급 평가와 평가 절하를 요구할 것이고, 이는 자본 확충 요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레버리지드 사모신용 시장 규모가 1조 8000억 달러(약 2700조 원)인 데 비해 투자적격등급 채권 시장은 13조 달러(약 1경 9500조 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도 13조 달러 규모라며 "큰 틀에서 사모신용이 시스템 전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도 했다.

버리·건들락 "2007년 판박이"… 블랙록·블랙스톤 환매 제한으로 위기 현실화


다이먼의 우려는 이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올해 3월 블랙록(BlackRock)은 260억 달러(약 39조 원) 규모 HPS 대출 펀드에서 환매를 제한해 투자자들이 요청한 12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 가운데 6억 2000만 달러(약 9300억 원)만 돌려줬다.

모건스탠리는 '노스헤이븐 프라이빗 인컴(North Haven Private Income)' 펀드의 지분 10.9%에 해당하는 환매 요청을 받았지만 5%로 제한해 1억 6900만 달러(약 2540억 원)만 지급했다.

블루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은 올해 1분기에 36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 주력 펀드에서 지분의 21.9%, 62억 달러(약 9조 원) 규모 테크 펀드에서 40.7%에 해당하는 환매 요청을 받자 분기 상환을 5%로 제한했다.

블랙스톤 BCRED 펀드에도 37억 달러(약 5조 5700억 원)의 환매 요청이 몰렸고, 블랙스톤은 자사 및 경영진 자금 4억 달러(약 6000억 원)를 투입해 요청 전량을 소화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올해 초 기준 사모 대출 차주의 이자보상배율(interest coverage ratio) 중앙값이 1.6배 수준까지 내려앉았고, 주요 기업개발회사(Business Development Company·BDC)의 전체 투자 수익 가운데 PIK 구조로 산출되는 수익 비중이 약 10%에 달해 실질 부실을 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리(Burry)는 이 같은 현실을 두고 소셜미디어(X)에 "사모주식과 사모신용에 몸담은 이들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사모주식은 문제를 미루는 데 놀랍도록 능숙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막다른 길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건들락은 "사모신용 관련 혼란이 이론적인 수준에서 실제로 넘어오고 있다"며 "한 유명 운용사가 특정 채권 가격을 100센트로 평가하다 한 달 뒤 0으로 수정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모주식 보유 기업 1만 3000곳·평균 보유 기간 7년… "약세장 오면 감당 가능한가“


다이먼은 사모신용의 직접적인 모(母) 시장인 사모주식 생태계의 구조적 위험도 함께 짚었다. 그는 "사모주식 운용사들이 현재 약 1만 3000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데 평균 보유 기간이 7년에 달해 과거에 비해 거의 두 배"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줄곧 상승장만 겪어왔는데, 장기 약세장이 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잉글랜드은행은 지난해 말 AI 기업과 신용 시장의 연결 고리가 깊어질수록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네덜란드 ING은행도 올해 초 사모주식·사모신용 펀드의 충격이 은행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재무부도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장관 주도로 국내외 규제 당국과 펀드 레버리지 활용 실태, 사모신용 등급의 일관성, 자산 유동성 문제 등을 놓고 협의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핌코(PIMCO) 전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 무함마드 엘에리안(Mohamed El-Erian)은 이 산업이 "고전적인 전염 현상"의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며 일부 운용사들의 환매 중단 조치를 잠재적인 '위기 신호'로 규정하고, 이 부문에서 위험한 연쇄 사태가 발생해 광범위한 경기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월가에서는 다이먼과 연준이 "시스템 위기 수준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버리·건들락·엘에리안 등이 강도 높은 경보를 잇달아 발령하면서 사모신용 시장의 향방을 둘러싼 논쟁이 빠르게 가열되고 있다.

블랙록, 블랙스톤, 블루아울 같은 대형 운용사들이 올해 봄 줄줄이 환매 문을 걸어 잠근 현실은, 이 시장의 '이론적 위험'이 이미 '현실의 위험'으로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시장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