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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레드칩’ IPO 규제 고삐… 기술기업 해외 상장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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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레드칩’ IPO 규제 고삐… 기술기업 해외 상장 가시밭길

CSRC, VIE 구조 승인 대폭 축소… 작년 21건에서 올해 단 1건으로 급감
해외 자금 추적 불투명성 해소 목적… 홍콩 IPO 파이프라인 재편 불가피
소식통에 따르면, 이러한 강화 조치는 이미 일부 홍콩 상장 계획을 둔화시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소식통에 따르면, 이러한 강화 조치는 이미 일부 홍콩 상장 계획을 둔화시키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규제 당국이 자국 기술기업들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애용해온 이른바 ‘레드칩(Red Chip)’ 구조에 대해 감시 수위를 대폭 높이며 기업공개(IPO)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특히 홍콩 증시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에 역외 지배구조를 해소하거나 그 필요성을 엄격히 입증할 것을 요구하면서 기술기업들의 자금조달 계획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법률 분석가들에 따르면,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이러한 강경 기조는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베이징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레드칩과 VIE 구조란 무엇인가?


‘레드칩’은 중국 본토 밖(주로 홍콩이나 케이맨 제도)에 지주회사를 세우고 중국 내 사업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말한다.

외국인 투자 제한이 있는 통신·인터넷 분야 기업들이 주로 사용한다. 2000년 시나닷컴이 나스닥 상장을 위해 처음 고안했으며,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채택하며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VIE(Variable interest Entity) 구조는 해외 지주사가 중국 내에 ‘완전외국인소유기업(WFOE)’을 세우고, 이 WFOE가 실제 운영사인 본토 법인과 ‘지배 계약’을 맺어 이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지분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계약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법적 모호성이 존재한다.

◇ 중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 ‘자금 추적’과 ‘가시성’


중국 당국이 최근 홍콩 상장 예정 기업들에 대해 특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배경에는 규제 가시성 확보라는 목적이 깔려 있다.

역외 구조를 통하면 배당금이나 주식 매각 대금이 중국 외부에 보관되는 경우가 많아 당국이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올브라이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은 "공개되지 않은 해외 자금이 추적 불가능한 상태로 남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규제 당국은 해외 구조가 중국 내 데이터 안보·독점금지 규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20년부터 알리바바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VIE 거래 승인 누락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VIE 구조를 가진 기업 중 상장 승인을 받은 곳은 단 1개사(매니코어 테크)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개사가 승인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다.

◇ 구조 해체에만 ‘최대 2년’…비용과 시간의 싸움


당국의 권고에 따라 레드칩 구조를 해체하고 본토 법인 중심의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은 결코 간단치 않다.

해외 지주사와 본토 사업체 간의 계약관계를 끊어야 하며, 기존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을 국내 지분으로 전환하거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퇴출시켜야 한다.

베이징다청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은 이 과정에만 1년에서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청산 관련 세금 부담과 행정 비용이 막대하며, 전환 기간 중 대규모 현금 이동에 따른 리스크도 관리해야 한다.

◇ IPO 시장에 미치는 영향: “자금 조달 비용 상승”


이러한 규제 강화는 홍콩 IPO 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VIE 구조를 유지하려는 기업들은 CSRC로부터 상세한 소명 요구를 받으며 상장이 지연되고 있다. 구조조정을 선택한 기업들 역시 외환·세금 준수에 관한 방대한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역외 지주사 주식을 보유하던 국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소유 구조가 국내 법인으로 바뀔 경우 출구전략(Exit)이 복잡해지고 환율 리스크에 노출되게 된다.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IPO 파이프라인이 둔화되면서 중국이 추진 중인 ‘기술 자립’ 전략을 뒷받침할 자본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한국 투자자와 기업에 주는 시사점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 기존 VIE 구조 기업뿐만 아니라 신규 상장을 앞둔 중국 기술주들에 대해 규제 리스크에 따른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필요하다.

홍콩이 중국 본토 규제권에 더 깊숙이 편입됨에 따라 국내 증권사·기관들의 홍콩 IPO 프리마케팅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중국 기술기업들의 해외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상대적으로 규제 투명성이 높은 한국 테크기업들이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