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티팟 정유사, 이란산 라이트 배럴당 브렌트유 대비 최대 2달러 웃도는 가격에 매입
미국 30일 한시 제재 완화에 인도 7년 만에 수입 재개…중·인 수급 쟁탈전이 가격 역전 불러
한시 면제 종료 시 가격 재역전 유력…국제 유가 변동성 당분간 지속
미국 30일 한시 제재 완화에 인도 7년 만에 수입 재개…중·인 수급 쟁탈전이 가격 역전 불러
한시 면제 종료 시 가격 재역전 유력…국제 유가 변동성 당분간 지속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의 소규모 독립 정유사들이 이란산 원유를 국제 기준 가격인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5~2달러(약 2200~2900원) 더 주고 사들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란산 원유가 브렌트유 대비 프리미엄을 기록한 건 수년 만에 처음이다.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이 지난 1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른바 '티팟(teapot)'으로 불리는 중국 독립 정유사 두 곳 이상이 이달 이란산 라이트 원유를 이 같은 가격에 매입했다.
복수의 원유 거래 소식통은 인도의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 기대감이 구매 경쟁을 불러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이 매체에 전했다.
인도의 7년 만의 귀환…중국과 정면 경쟁
이번 가격 역전의 도화선은 인도다. 인도는 미국-이스라엘 전쟁으로 발생한 공급 차질과 미국의 제재 완화 조치에 따라 7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산 원유를 구매했으며, 인도 석유부는 4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이같이 공식 발표했다.
인도 최대 민간 정유사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RIL)가 이란산 원유 500만 배럴을 구매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0일 유조선에 실린 채 해상에 묶여 있던 이란산 원유의 판매를 앞으로 한 달 동안 허용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번 면제 조치로 그동안 제재에 묶여 있던 약 1억7000만 배럴 규모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풀릴 길이 열렸다.
인도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에 결제 장벽이 없다고 해명하는 한편, 인도가 40개국 이상에서 원유를 조달하며 상업적 고려에 따라 공급원을 선택할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가 공개적으로 이란산 수입 사실을 인정한 것은 7년 만으로, 중국 티팟 정유사들이 사실상 독점하던 이란산 원유시장에 강력한 새 수요자가 등장한 셈이다.
중국, 수입 쿼터 소진 경쟁에 올라타다
가격 역전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 변수도 맞물렸다. 베이징 당국이 최근 독립 정유사들에게 원유 수입 허용량 5500만t을 새로 배정하자 정유사들이 쿼터를 빠르게 소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휴전 협상 기대감이 커지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약 14만8550원) 아래로 내려앉은 시점을 정조준, 이란산 원유 매입에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는 독립 정유사들에게 지난 2년 평균 가동률 수준을 유지하도록 지시하며 국내 연료 공급 안정을 지상과제로 내걸었다.
그러나 가뜩이나 마진이 줄어든 정유사 입장에서 프리미엄을 얹어가며 이란산을 사야 한다는 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원가 구조에 직면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용 압박이 중국 독립 정유사들의 가동률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산 원유 공급 비용 상승에 러시아산 원유 가격 정상화 가능성까지 더해질 경우 중국 티팟 정유사들은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전 세계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시 면제 종료 후 전망…국내 에너지 시장도 촉각
이번 가격 역전이 구조적 변화인지, 일시적 뒤틀림인지를 가늠할 열쇠는 미국의 한시 면제 종료 시점이다.
30일짜리 조치가 연장되지 않으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는 다시 전면 복원된다. 인도가 시장에서 빠지는 순간 수급 경쟁이 사라지고, 이란산 가격은 다시 할인 구조로 되돌아갈 공산이 크다.
인도 정유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공급 협상에 나선 가운데, 해협이 열리더라도 물류 정상화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높은 운송비로 인도의 에너지 수급 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이란산 원유 가격 역전 사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정학 충격이 원유 시장의 가격 체계 자체를 얼마나 빠르게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1%를 웃도는 한국 역시 중국·인도 간 이란산 원유 수급 재편의 파장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의 한시 제재 면제 종료 시점과 호르무즈 해협 물류 정상화 속도가 향후 국제 유가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