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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럭 운송업계 ‘도산 공포’… 1분기 파산 117곳으로 16%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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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럭 운송업계 ‘도산 공포’… 1분기 파산 117곳으로 16% 급증

‘화물 불황’ 속 이란 전쟁발 경유가 폭등에 영세 운송사 117곳 붕괴
저단가 경쟁과 고물가·고금리 겹친 삼중고… 한계 기업 고사 임박
실물 경기 위축 시그널 및 국내 수출 물류 비용 상승 압박 거세질 듯
미국의 화물 트럭.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화물 트럭.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전조 증상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 미국 트럭 운송업계가 끝이 보이지 않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뒤 찾아온 공급 과잉 상태에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에너지 비용 폭등이라는 결정타를 맞으며 미국 물류의 모세혈관이 파열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Bloomberg)는 15일(현지시각) ‘고전하는 미국 트럭 운송업계의 새로운 고민’이라는 내용으로 미국 내륙 운송망의 위기 현장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산 신청을 한 물류 기업은 117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01곳보다 약 15.8% 급증하며 업계 전반에 ‘도산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기존 물류 질서(Establishment)의 몰락… ‘화물 대공황’이 부른 117개 사의 파산


현재 미국 물류 시장은 이른바 ‘화물 대공황(Great Freight Recession)’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지난 1월 파산 보호(Chapter 11)를 신청한 대형 물류사 STG 로지스틱스(STG Logistics)는 이번 불황을 "역사상 가장 길고 깊은 침체"라고 규정했다.

팬데믹 당시 급증한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시장에 진입했던 수많은 신규 사업자가 수요 감소 국면에서도 잔류하며 극심한 공급 과잉을 초래한 탓이다.

뱅크럽시데이터(BankruptcyData.com)의 최신 통계를 분석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31일까지 파산 가도에 올라탄 117개 기업 중 상당수는 트럭 1대만을 보유한 영세 독립 사업자였다.

이들은 2022년부터 이어진 운송 단가 하락과 임금 삭감 경쟁 속에서 버텨왔으나, 이제는 생존의 ‘데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

텍사스주에서 개인 트럭을 운영하는 타이 플레밍 씨는 현지 인터뷰에서 "운송업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 발을 뗄 수조차 없다"라며 경영의 고통을 호소했다. 이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미국 실물 경제의 근간인 운송망 자체가 구조적 붕괴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전쟁이 당긴 경유값 방아쇠… 영세 운송사의 항복 선언


벼랑 끝에 몰린 운송사들에게 이란발 전쟁으로 인한 경유 가격 폭등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가 됐다. 유류비는 운송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다.

대형 물류사는 유류 할증료 체계를 통해 위험을 분산할 여력이 있지만, 협상력이 전무한 영세 사업자들은 유가 상승분을 온전히 손실로 떠안고 있다.

독립운전자협회(OOIDA) 앤드루 킹 운영 이사는 "저단가 국면이 과거 어느 때보다 길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연료비 상승은 영세 사업자들에게 가혹한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운전자들은 폭등한 기름값뿐만 아니라 고금리에 따른 차량 할부금 상환 압박, 그리고 치솟은 보험료와 유지비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무더기로 항복 선언을 하고 있다.

금융 부실로 번지는 물류 위기… 한국 경제에도 ‘경고등’


이번 사태는 실물 경제의 부실이 금융 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이다.

블룸버그는 금융 투자사 TCW 그룹이 외식 체인 ‘레드 랍스터’의 지분 가치를 이전 대비 약 98% 감액해 현재 100만 달러(약 14억 7350만 원) 미만으로 평가했다는 사실을 인용하며, 물류비 상승과 소비 둔화가 연쇄적인 기업 가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해외발 악재도 겹치고 있다. 중국 베이징 법원은 지난 14일, 30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림자 금융의 상징 ‘중즈그룹(Zhongzhi Enterprise Group)’에 대해 본격적인 자산 청산 절차를 시작했다.

또한, 스웨덴의 그린스틸 스타트업 스테그라(Stegra)는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의 컨소시엄으로부터 14억 유로(약 2조 4330억 원)를 긴급 수혈받으며 간신히 파산을 면하는 등 글로벌 자본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국내 물류 전문가들 역시 미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물류업계에서는 "미국 내륙 운송망의 위축은 한국 수출 기업들의 현지 물류 비용 부담 급증과 직결된다"라며 "적기 배송 차질 등 공급망 병목 현상이 재발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북미 시장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트럭 운송업계의 비명은 고물가·고금리 시대의 저항선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리는 서막인 셈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