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2막, 총수 동행] 인도서 시장, 베트남서 거점…경제외교 2단 전략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2막, 총수 동행] 인도서 시장, 베트남서 거점…경제외교 2단 전략

저비용 생산기지 넘어 핵심 공급망·기술 협력 파트너로
현지 소비·제3국 수출 동시 겨냥…아세안 생산거점 역할 확대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 휴대폰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SEVT법인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 휴대폰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SEVT법인
한국 기업의 아시아 전략에서 인도와 베트남의 역할 분화가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인도가 거대한 내수시장 공략의 무대라면, 베트남은 이미 구축한 생산기지와 공급망 거점을 고도화하는 전략 공간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통상·산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도와 베트남은 모두 한국 기업에 중요한 협력국이지만 활용 방식은 다르다는 평가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인도는 현지 시장 비중이 큰 국가로 현재 단계에서는 내수시장 공략이 중심이 되고, 베트남은 이미 생산기지로 활용되면서 현지 시장과 제3국 수출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은 자원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만큼 인도와 베트남 모두 핵심 광물 등 공급망 확보 면에서 중요한 국가"라는 설명도 내놨다. 두 나라를 같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 묶기보다 한쪽은 시장 확장 축, 다른 한쪽은 생산·수출 거점 축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베트남을 단순 '중국 대체 생산기지' 정도로 설명하는 방식은 이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2센터장은 "과거 한-베 관계가 '투자-노동' 중심의 상호 보완관계였다면 이제는 '공동 번영·기술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고자 베트남에 투자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짚었다.
베트남의 의미가 값싼 생산거점에서 기술 협력과 공급망 결속의 파트너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흐름은 한국이 베트남을 글로벌 공급망 안의 핵심 기술 파트너로 격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과정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베트남 산업의 변화 방향도 과거와 다르다. 곽 센터장은 "베트남은 이제 부품이나 부분품을 자국에서 조달하고 싶어 하며, 부가가치를 해외로 유출하기보다 자국 안에 남기려 한다"면서 "고부가 첨단 중간재 생산기지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는 한국과 베트남의 산업 협력이 단순 조립 생산을 넘어 중간재와 부품, 기술 축적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기존 거점을 강화하는 흐름은 맞지만 그 거점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산업계가 베트남을 다시 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 리스크, 인건비 상승, 탈중국 흐름이 겹치면서 단순 생산기지보다 핵심 공급망의 일부로 기능하는 전략 거점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베트남은 이미 구축된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기반으로 전략적 활용도가 높은 국가"라면서 "공급망 다변화와 해외시장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핵심 광물과 원자재를 포함한 공급망 관련 산업, 기존 제조업 기반의 생산·수출 산업에서 협력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곽 센터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베트남의 미래 협력 방향으로 인재 양성을 꼽았다. 그는 "베트남이 진정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첨단 과학기술의 내재화"라면서 "직접적인 기술 이전보다 인재를 함께 양성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생산기지 확장을 넘어 첨단 기술과 인력, 중간재 공급망이 함께 묶이는 장기 협력 모델을 시사한다.

앞으로 베트남의 위상은 아세안 전략 전체와도 맞물린다. 곽 센터장은 "베트남은 아세안 진출의 교두보"라면서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한 베트남을 거점 삼아 아세안으로 생산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국 기업의 아시아 전략은 인도에서 시장을 넓히고, 베트남에서 거점을 고도화하는 투 트랙 구조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최유경·이지현·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hoiyu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