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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말레이시아서 중희토류 확보… 30년 만의 '탈중국' 정제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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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말레이시아서 중희토류 확보… 30년 만의 '탈중국' 정제 재개

중국 수출 차단 1년 만에 라이나스와 9600만 달러 공급 의향서 체결, 서방 공급망 재편 본격화
2027년 방산 공급망 '중국산 배제' 시한 앞두고 미국 희토류 자립 전략 가속, 한국 수입 76% 급감 충격
호주 기업 라이나스 레어어스(Lynas Rare Earths)가 말레이시아 쿠안탄에서 중희토류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주 기업 라이나스 레어어스(Lynas Rare Earths)가 말레이시아 쿠안탄에서 중희토류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희토류 수출 카드를 꺼내 전 세계 자동차·방산 공급망을 마비시킨 지 1년 만에, 미국 국방부가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삼아 30년간 끊겼던 중희토류(重稀土類) 정제 공급망 재건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호주 기업 라이나스 레어어스(Lynas Rare Earths)가 말레이시아 쿠안탄에서 중희토류 상업 생산에 돌입했으며, 미 국방부는 이 회사와 9600만 달러(약 1410억 원) 규모의 구속력 있는 공급 의향서를 지난 3월 16일(현지시각) 체결했다.

4년에 걸쳐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를 공급하는 내용의 이번 의향서에는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산화물에 대한 ㎏당 110달러(약 16만 1667원)의 최저가격 보장 조항도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2027년까지 방산 공급망에서 중국산을 완전히 걷어내야 하는 미국 방위산업의 절박한 과제를 정면 돌파하는 시도다.

30년 공백 깬 말레이시아 공장… 전투기·미사일용 사마륨 상업 생산


라이나스의 아만다 라카즈(Amanda Lacaze)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밖에서 중희토류를 분리 정제한 것은 20년 만"이라고 밝혔다.

최고운영책임자(COO) 폴 르 루(Pol Le Roux)는 실제로는 30년이 지났다고 정정했다. 중희토류는 경희토류보다 훨씬 희귀하며 중국이 세계 공급의 사실상 전부를 장악해온 소재다.

쿠안탄 공장에서는 수백 단계에 걸친 염산 공정을 거쳐 순도 높은 희토류 산화물이 생산된다. 전투기·미사일용 고온 내열 자석에 쓰이는 테르븀(Tb)은 짙은 갈색 분말로, 디스프로슘(Dy)은 흰 가루 형태로 추출된다.

이 소재들은 고성능 자석 내부에 소량 포함돼 엔진이 과열되는 고온 환경에서도 자력을 유지하게 해준다. 양이 워낙 적어 25㎏짜리 캔에 담기며 캔 하나의 가치가 수만 달러에 이르는 반면, 경희토류인 세륨은 816㎏ 포대에 담겨 처리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지난 3월 사마륨(Sm) 산화물의 상업 생산 개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급 차질 위험이 가장 큰 광물로 꼽힌 사마륨은 전투기와 미사일의 열 저항 자석에 쓰이는 핵심 방산 소재로, 그동안 중국이 거의 독점 정제해왔다.

라카즈 CEO는 중국산을 배제한 라이나스 소재가 일본 자석 제조사를 통해 미국 방위산업에 납품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2027년까지 방산 공급망의 희토류 자석에서 중국산 성분을 전면 제거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체 공급망 구축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

미 국방부, 수십억 달러 쏟아붓지만… 구조적 한계도 뚜렷


미국 정부의 희토류 자립 전략은 라이나스에만 그치지 않는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둔 MP 머티리얼스(MP Materials)는 수십억 달러의 정부 지원을 받아 올해 말 중희토류 정제 시설 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지난 2월 브라질의 중희토류 광산 운영사 세라 베르데(Serra Verde)에 5억 6500만 달러(약 8331억 원) 융자를 제공했다.

이어 지난달 20일(현지시각)에는 오클라호마주 스틸워터 소재 희토류 자석 제조사 USA 레어어스(USA Rare Earth)가 세라 베르데를 약 28억 달러(약 4조 1213억 원) 규모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현금 3억 달러와 신주 발행을 결합한 방식으로 2026년 3분기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며, 미국 내 안정적 중희토류 공급망 구축이 목표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핵심광물 프로그램 책임자 그레이슬린 바스카란(Gracelin Baskaran)은 "2025년은 미국이 과감한 산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울린 해였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의 움직임이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린다"며 현재의 대응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구조적 난관도 만만치 않다. 라이나스는 2023년 8월 미 국방부로부터 2억 5800만 달러(약 3795억 원) 보조금을 배정받아 텍사스주 시드리프트(Seadrift)에 희토류 처리 시설을 짓기로 했으나, 폐수 처리 문제로 사업비가 급등하면서 "중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내 시설 건설 대신 라이나스는 쿠안탄에 두 번째 대형 중희토류 처리 시설을 짓기로 방향을 틀었으며, 2028년 완공이 목표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는 "중국 이외 시설이 수출 규제의 모든 충격을 흡수하기는 어렵다"며 대체 공장 건설에 최소 3~5년은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희토류 무기화의 파장… 한국 수입 76% 급감


중국은 지난해 4월 디스프로슘, 테르븀 등 중희토류 7종과 고성능 자석을 수출 허가제 품목에 올렸다. 이후 11월에는 홀뮴, 에르븀 등 5종을 추가해 총 12종이 중국 당국의 허가 없이는 수출되지 않는 구조가 됐다.

글로벌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이 광산 생산의 60~70%, 정제·분리 공정의 85~90%, 자석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어 이 조치의 파급력은 즉각적이었다.

지난해 6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량은 약 3000t으로 3월의 5800t보다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국으로의 수출은 76%, 미국은 59%, 독일은 44% 각각 급감했다. 고성능 자석에 쓰이는 디스프로슘 가격은 ㎏당 750달러(약 110만 원), 테르븀은 ㎏당 2850달러(약 419만 원)까지 치솟으며 두 달 만에 3배 이상 뛰었다. 방산 소재인 이트륨은 같은 기간 6배 폭등해 ㎏당 45달러(약 6만 6226원)까지 올랐다.

라카즈 CEO는 군사 수요만으로는 공급망 독립의 경제성을 갖추기 어렵다며, 자동차·전자기기 제조사들이 비중국산 희토류 자석을 선택할 경우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스카란 책임자는 "지금의 추진력은 분명히 실재하지만, 발표가 생산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희토류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은 단기적 휴전과 관계없이 구조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라이나스의 쿠안탄 공장은 그 긴 경쟁의 기나긴 여정에서 처음 내딛는 첫 발걸음에 불과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